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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5 19:21 수정 : 2005.11.25 19:21

“엄마 아빠… 학교 가기가 무서워…” 폭력·왕따 피해자 10대 8명 유서·일기 공개

경찰청, ‘배움터 지킴이’ 워크숍 자료에서
폭력·왕따 피해 10대 8명 유서·일기 공개


“마음속엔 언제나 증오의 감정과 상처뿐이다.”

혀 짧은 소리에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학교생활 내내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다 1월 도시가스 배관에 목을 맨 ㄱ(18)군의 일기 내용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학교에 다니던 ㄱ군은 “친구 하나 없고, 난 너무 바보인가보다”, “멸시받는 것이 내 운명인가보다”며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심경을 써내려갔다.

경찰청은 25일 퇴직 교사와 퇴직 경찰이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벌이는 제도인 ‘배움터 지킴이’ 워크숍(26~27일) 자료에서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10대 8명의 유서와 일기 내용을 공개했다. 학생들이 쓴 글에는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육체적 또는 성격적 ‘약점’을 꼬투리잡은 괴롭힘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고통을 겪은 이들의 애절한 절규가 담겨 있다.

학교폭력 희생자들이 남긴 글은 이들이 겪는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뚜렷하게 보여 준다.

집단 따돌림을 당하다 4월 집 안방 장롱에 목을 맨 부산의 ㄴ(11)양은 “오늘만이라도 학교에 가기 싫다”는 내용의 일기를 남겼다. 경북 봉화의 ㄷ(15)군은 학교에서 난로에 달군 칼로 손등을 지지고, 담뱃불로 혀를 지지는 등의 폭행을 수시로 당했다고 털어놨다. 2002년 4월 투신자살한 경남 마산의 ㄹ(당시 15살)군은 끔찍한 고통을 안겨준 학교 친구들에 대한 원망을 남겼다. 그는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 사람 좀 괴롭히지 말라”며 “귀신이 돼서라도 너희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했다.

유서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먼저 가는 안타까움도 가득했다. 8월 투신자살한 부산의 한 고교생(16)은 “정말 죄송하고, 저를 빨리 잊어 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형, 될 것 안될 것 다해 가면서 돌봐 주신 것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상습적인 구타의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달 아파트 19층에서 몸을 던진 충북 충주의 여고생 ㅁ(17)양은 “엄마 아빠 효도 많이 하려 그랬는데 학교도 잘 다니고 싶었는데 학교 가기가 무서워 … 다음 세상에서도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나 그땐 정말 효도할게”라고 썼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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