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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데이’ 젓가락 놀이로 재미 나눠요 초등생 ‘○○데이’ 어떻게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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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 데이’ 어떻게 보낼까
요즘 학교에선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조리퐁 데이, 블랙 데이, 누룽지 데이, 로즈 데이…. 아이들이 챙기는 많은 ‘데이’들이다. 어른들은 이 중에 얼마나 많은 ‘데이’를 알고 있을까? 지난 11월 10일 수업이 끝난 오후 많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학교 앞 문방구에 진열된 ‘빼빼로’ 과자 앞에 서서 이것저것 골라 담았다. 바로 다음날인 11월 11일이 ‘빼빼로 데이’이기 때문이다. 더 늦은 시간이 되자 학원 수업을 마친 아이들로 동네 문방구점 앞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붐볐다.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친구들끼리 바구니를 들고 다양한 과자를 고르거나, 엄마와 같이 나와 과자를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초등 5학년 이정기군은 “작년엔 받기만 해서 미안했기 때문에 이번엔 나도 나누어 주려 한다”며 쑥스러워 했다. 4학년 유수연 양은 “이런 날이 가까워 오면 하나도 받지 못 할까봐 잠을 못 잘 정도고 걱정이 된다”며 근심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특정한 ‘데이’가 다가오면 친구들에게 더욱 친절하게 대해주기도 하고, 평소 마음에 둔 이성친구에게 잘 해주기도 한다. 이 날 받은 선물의 숫자가 자신의 인기를 증명해 주고, 평소 관심 있었던 이성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해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이 날 과자를 사기 위해 쓴 돈은 3천원에서 5천원 사이가 가장 많았고,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사용한 어린이들도 적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용돈을 모은 아이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각종 ‘데이’가 갖는 역효과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고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일부 학교는 학교 내 반입을 금지하면서 엄격하게 통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과자를 전달하며 자신들의 정성을 표시하거나 선생님이 준비해 온 과자 선물을 받는 것이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5학년 정선혜 양은 “365일 매일 ‘데이’가 있는 것은 아니니, 일 년 열흘 정도 밖에 안되는 이런 날은 특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막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즐겁기만 한 아이들의 마음과 달리 이날 시중에서 판매된 상당량의 과자가 유통기한이나 제조사가 표시되지 않은 불량식품이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낱개로 판매하는 100원∼200원 가량의 과자는 제조회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한편 도심의 화려한 선물가게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초등학생들의 용돈으로 구입하기에는 너무 고가였다. 아이들 속에 이미 깊숙히 뿌리 내린 기념일 문화를 어른들이 무조건 막을 수는 없지만, 기업의 상술에 이용당하지 않는 즐거운 기념일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듯 싶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과자 대신 젓가락을 가져오게 해서 젓가락으로 콩을 옮기는 게임을 하면서 ‘빼빼로 데이’를 보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이영미/학교 모니터 kq2000lee@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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