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4 15:46
수정 : 2005.12.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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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서강대, 한국외대는 주로 인간 보편의 철학적 문제를 묻는 반면, 성균관대는 고전에서 통계까지 다양한 제시문을 준 뒤 종합 해석하는 문제를 내는 경향이 있어 지난해에는 대중음악과 관련된 여러 글과 통계를 제시문으로 낸 바 있다. 사진은 한 대중음악 공연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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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마 논술
인간이 겪는 보편적 문제 고민해봐야
이제 본격적으로 논술을 준비할 때다. 2005학년도의 정시 논술의 특징은 제시문과 문제의 다양화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학생들은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를 해야 한다. 학교 사회 교과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시사와 연계해 정리해 두는 게 좋다. 특히 교과서에 언급된 고전책을 비롯해 동서양의 고전 명서를 읽어 두면 입시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의 공부에도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럼 정시 논술의 특징을 대학별로 정리해 보자. 지난해 논술 기출 문제는 인문계만 싣는다.
다양한 자료 해석 능력 길러라
성균관대의 논제는 대체로 평이한 편이다. 그런데 문항이 세분화되어 있고 다양한 요구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한다면 요구조건이 구체적이란 것은 그만큼 답안을 작성하기가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답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이미 제시된 것이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논술에서는 고전, 현대문, 기사, 통계 자료, 그래프 등 다양한 성격의 제시문이 나오므로 정확한 자료 해석 능력이 필요하다. 또, 제시문에서 요구한 사항을 모두 빠짐없이 다루는 연습도 해야 한다. 요구사항을 빠뜨리게 되면 치명적인 감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현대사회의 여러 쟁점 중 교과 내용과 연계된 내용들을 정리해 두는 게 좋다.
분량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짧은 답안이라도 내용이 좋으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겠으나 충실한 답변을 위해서는 적어도 문항당 400자 정도는 작성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험 시간은 150분이다.
제시문 공통주제 꿰뚫어라
고려대학교는 주제와 제재를 밝히지 않은 네 가지 제시문을 주고 수험생 스스로 제시문을 이해하여 요약한 다음, 공통 주제를 찾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 후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게 하는 유형이 자리를 굳혔다. 문제의 유형이 공개된 만큼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쉬울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제시문을 독해하는 작업이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독해를 통해 네 제시문을 독해한 후, 추상적이고 통찰력 있는 독해를 통해 이들의 공통된 주제를 찾고 이를 하나의 맥락으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고려대에서 요구하는 것은 고급 독해 능력으로 제시문에 대한 단순한 이해가 아닌 입체적인 독해를 요하는 것이다. 각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하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요약은 압축과 다르다. 글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후, 주어진 분량에 맞게 주제와 핵심이 명확히 전달되도록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회에 관련한 사회 철학적인 주제들이 자주 출제된다. 따라서 고려대에 응시하려는 학생들은 제시문의 공통 주제와 연관 관계를 밝히는 능력 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관련한 보편적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두는 게 필요하다.
철학적 주제 파고들어라
서강대는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며, 자기 나름대로의 견해를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대상으로 문제를 출제하겠다”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서강대의 경향을 살펴 보면, 익명성(2005), 자유(2004), 노동(2003), 쾌락(2002), 죽음(2001), 역경(2000)처럼 인간의 근원적 현실과 관련된 철학적인 주제들이 논제로 채택되었다. 고전과 현대문이 두루 출제되고 있으므로 고전적 관점을 현대의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문항의 출제 형식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제시문을 보여준 후 그 주제에 관한 수험생들의 견해를 논술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수험생들은 인간의 존재와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들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이해하고 자신의 견해를 정립해 두어야 한다.
서강대에서 발행하는 계간 <알바트로스>를 보면 기출문제와 해설이 실려 있으므로 서강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국제적 감각 키워라
인문계에 한해서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한국외대에서는 다양한 지문을 제시하고, 각각의 제시문에서 요구하는 공통 내용에 대한 논리적 사고를 측정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한국외대는 올해 정시 논술에서는 지문에 대한 수험생 나름의 견해를 서술하게 함으로써 논리적·비판적· 창의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제시문의 정확한 독해에서 한 걸음 나아가 그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와 관련한 논제일수록 정답은 없으므로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써 내려가야 한다. 이때에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거를 정확히 제시해야 하는데, 교과 내용에서 배운 내용에서 적절한 논거를 찾아서 제시할 수도 있다.
시사적인 주제보다는 윤리/철학적인 보편 주제를 선호하는 편이다. 분량에 비해 시험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므로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가지고 제시문을 독해하고 구상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 한국외대는 그 이름에 걸맞게 국제적인 시각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대학의 모토에 위배되는 답변은 삼가는 게 좋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 연구이사
이만기 국어전문학원 원장
저서 <세상에서 가장 쉽게 배우는 논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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