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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4 16:46 수정 : 2006.01.18 15:36

꼼짝마 논술 <논구술 어떻게 쓰고 답할 것인가>
2. 제시문 분석과 활용

텍스트 자체에 집중을!

논술시험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문제나 제시문이 나올 확률은 불행히도 지극히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설사 자신이 알고 있는 분야의 내용이 출제된다고 하더라도 제시문에 대한 명확한 파악 없이 곧바로 논술문 작성에 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텍스트 (제시문) 자체를 꼼꼼히 읽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이라는 부담 때문에 텍스트 읽기를 소홀히 한다면 출제의도를 잘못 파악하는 것은 물론 글쓰기 과정에서 논제 이탈이라는 치명적 결과마저 가져올 수도 있다. 지난 주 논제와 맥락 찾기 편에서 밝힌 바 있는 것처럼 숨어있는 주제를 찾는 문제 유형의 경우에는 치밀한 텍스트의 분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음 텍스트를 살펴보자.

자세히 들어 보니, 목 어울러 외는 소리, "나이 십오세요, 얼굴이 일색이요, 만신에 흠 없고, 효열 행실 가진 여자 중가(重價) 주고 사려 하니, 몸 팔 이 누가 있소." 크게 외치고 지나거늘, 심청이 반겨 듣고 문전에 썩 나서며, "외고 가는 저 어른들, 이런 몸도 사시겠소." 저 사람들 이 말 듣고 가까이 들어와서 성명 연세 물은 후에, 저 사람들 하는 말이, "꽃같은 그 얼굴과 달 가득 그 나이가 우리가 사가기는 십분 마땅하거니와, 낭자는 무슨 일로 몸을 팔려 하나이까?" 심청이 대답하되, "맹인 부친 해원(解寃)키로 이 몸을 팔거니와, 이 몸을 사가시면 어디 쓰려 하십니까?" "우리는 선인이라, 남경 장사 가는 길에 인당수 용왕님은 인제수(人祭需)를 받는 고로 낭자의 몸을 사서 제수(祭需)로 쓸 터이니 값을 결단하옵소서." "더 주면 쓸 데 없고 덜 주면 부족하니, 백미 삼백 석을 주옵소서." 선인들이 허락하니, 심청이 하는 말이, "내 집으로 가져오면 번거롭기만 할 터이니 봉은사로 보내옵고, 대사의 표를 맡아 나를 갖다 주옵소서." 선인이 허락하고, "이 달 보름사리 행선을 할 때 그 날 데려갈 것이니 그리 알고 기다리라." <중략> 두 손을 합장하고 하느님 전 비는 말이, "도화동 심청이가 맹인 아비 해원(解寃)키로 생목숨이 죽사오니, 명천(明天)은 굽어보사 캄캄한 아비 눈을 불일내(不日內)에 밝게 떠서 세상 보게 하옵소서." 빌기를 다한 후에 선인들 돌아보며, "평안히 배질하여 억십만금 이문을 내어 고향으로 가올 적에, 도화동 찾아 들어 우리 부친 눈 떴는가 부디 찾아보고 가오." 뱃머리에 썩 나서서 만경창파(萬頃蒼波)를 제 안방으로 알고 '풍' 빠지니, 잠깐 사이에 바람이 삭아지고 물결이 고요하니, 사공들 하는 말이, "풍숙낭정(風肅浪靜)하기는 심낭자의 덕이로다." 술 고기 나눠 먹고, 삼승돛 곧 채어 양편 갈라 떡 붙이고 남경으로 향하니라. - 신재효본 <심청가>

유명한 심청전의 한 대목이다. 심청전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시문을 대충 읽고 지나치기가 쉽다. 그러나 위의 텍스트는 심청전 전체의 줄거리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텍스트 자체만 살펴볼 경우, 뱃사람들이 항해의 안전을 위해서 인제수로 낭자의 몸을 사는 것이다. 따라서 심청전의 주제는 효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문제에서의 주제는 뱃사람들의 잘못된 믿음 때문에 억울하게 희생되는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연세대 입시에서 출제되었던 이 문제의 경우,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텍스트 자체의 분석보다는 배경지식에 너무 많이 의존하여 ‘고귀한 희생’으로 풀이하는 사례가 많았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제시문 분석요령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주어진 텍스트 자체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이다. 텍스트 이외의 배경지식에 대한 유추는 분석의 다음 단계라는 것을 명심하자.


원리와 사례를 구분하라

제시문 분석의 두 번째 단계는 각각의 제시문의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시문은 원리를 주장하는 텍스트와 사례를 제시하는 텍스트로 나눌 수 있다. 특히 고려대처럼 제시문간의 연관관계를 문제삼는 유형의 경우, 이러한 원리텍스트와 사례텍스트의 구분은 문제를 푸는 핵심적인 열쇠가 된다. 원리텍스트는 저자의 주의나 주장을 담고 있는 텍스트로서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례텍스트는 원리텍스트의 주장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내용을 제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례텍스트의 분석은 단순한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기보다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텍스트의 위상을 구분하고 내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분해보는 것이 개요짜기와 글쓰기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논술문에서 양비론이나 양시론과 같은 절충주의적 견해는 금물이므로 원리텍스트의 분석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정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립되는 두 개의 원리텍스트 중 한 가지 입장을 택할 것을 요구하는 문제유형의 경우에도 원리와 사례를 구분하고 절충적 논점을 피하기 위한 치밀한 독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판적 독해의 중요성

수험생들은 주어진 제시문의 권위에 눌려서 비판적 독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주어진 텍스트에 대한 분석만으로는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글쓰기로 발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저자 혹은 텍스트의 권위에 눌리지 않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북녘 바다에 곤(鯤)이란 물고기가 있다. 그 몸집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 물고기가 화(化)해서 새가 되는데, 이름 하여 붕(鵬)이라 한다. 붕의 몸집 또한 몇 천 리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그런데 이놈이 한 번 화가 나서 날았다 하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을 가린 구름처럼 모든 것을 뒤덮는다. 괴이한 이야기만 적어 놓은 <제해(齊諧)>라는 책에서는, “대붕(大鵬)이 남녘 바다로 날아가려면 물 위를 삼천 리나 달려야 비로소 날아오르게 되고, 그런 뒤 다시 날개로 바람을 치면서 구만 리를 올라가서야 항로를 잡는다. 그러고는 그대로 육 개월을 날아 목적지인 남녘 바다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몸집이 크면 그를 받아들일 공간도 커야 하고 정신이 위로 비상하려면 그 경지 또한 높아야 한다. 바람의 공간이 넓지 않으면 큰 새가 날 수 없다. 대붕이 바람을 치며 구만 리 창공을 날아오르는 것도 그래야만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아무런 장애 없이 남녘 바다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치를 모르는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비웃으며 말하기를, “나는 뽕나무 그늘에서도 얼마든지 힘껏 날 수 있고 잠깐 사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구만 리나 날아올라서 남쪽으로 가는 것일까? 불과 두어 길 되는 공간에서도 뛰놀 수 있고 쑥대밭 사이에서도 자유로이 날 수 있으니, 이 또한 최대의 소요(逍遙)가 아닌가? 어째서 대붕처럼 날아야만 제일이란 말인가?”라고 한다. 작은 지혜(小知)는 큰 지혜(大知)에 미치지 못하고, 짧은 시간(小年)은 긴 시간(大年)에 미치지 못한다. 하루살이가 밤과 새벽을 알 리 없고 여름벌레가 눈과 얼음을 알 리 없는 것이다. 이것이 큼(大)과 작음(小)의 차이이다. 새끼 비둘기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

이 제시문은 고려대 2005년 정시문제에 출제된 것이다. 유명한 <장자>의 ‘소요유’를 다루고 있는 이 텍스트는 내용상으로 보자면 큰 지혜와 작은 지혜를 대비시키면서 큰 것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대물(大物) 지상주의는 현대문명의 인간소외 및 환경유린등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한 원인 중의 하나이자 전체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한 이론적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텍스트를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는 자기 나름의 관점에 입각하여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시문의 활용을 효율적으로!

최근의 논술경향은 제시문을 너무 많이 활용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제시문과 너무 멀리 떨어지는 것도 경계하는 편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주어진 제시문을 적절하게 자신의 글 속에 배치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특히 고려대나 서강대처럼 제시문의 연관관계를 파악하거나 제시문과의 긴밀한 관련성을 요구하는 문제유형에서 제시문의 효율적 활용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제시문을 많이 인용해서 글자수를 늘리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울러 논의의 수준을 제시문으로만 한정해서 평면적인 글쓰기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피해야 한다. 주어진 제시문의 핵심적인 내용만을 간략히 언급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과의 조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제시문은 그저 독해용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글감으로도 존재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동기/ 조동기국어논술전문학원 원장
강남구청 수능 인터넷방송 대표강사
저서 <미래로 언어영역>, <조동기 언어논리 > 시리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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