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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2005년 청소년 인턴십 프로젝트 크로징 파티-내 꿈은 발효중’ 행사에서 한 청소년이 인턴십 프로젝트 체험 소감을 발표하자 참가자들이 귀기울여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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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스스로 돌아볼 기회 줘야
현장 탐방·인턴십 등 프로 다양
다양한 직업 바로알기 도움 “저는 군복무를 마치고 2학년으로 복학할 예정인 대학생입니다. 그런데 입학 당시 무조건 입학해야 되는 실정 때문에 원하지도 않은 학과에 들어가게 되어 학교에 다니기가 싫습니다. 저의 대학생활은 엉망이 되고 전공과목에서 낙제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도망치듯 군대에 갔었습니다. 이제 제대하고 나니 앞일이 막막합니다. 전과도 생각해 보고 편입도 생각해 보고 재수도 생각해 보는데 마땅히 아는 정보도 부족해 이렇게 상담을 신청합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커리어넷(careernet.re.kr) 사이버 상담실에 올려져 있는 상담 사례다. ‘일단 들어가고 보자’식 대학 진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진학’만 있고, ‘진로’는 없는 우리나라 교육풍토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자녀가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아이들을 무작정 학원으로 내몰기보다는 삶의 나침반을 가질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진로지도는 아이의 손에 평생 함께 할 삶의 나침반을 쥐어주는 일이다. 자녀가 자기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부모는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부모는 자녀의 진로 매니저”=아이들은 진로문제를 먼 훗날의 일쯤으로 여긴다. ‘그 때 가서 생각해 보자’는 경향이 강하다. 입시 위주의 교육 탓이 크다. 따라서 부모의 올바른 진로지도가 필요하다. 이영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자녀가 선수라면 부모는 코치와 같은 자세로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로지도에 있어서도 ‘과욕’은 금물이다. 부모의 희망을 자녀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런 사람이 돼야 한다’거나 ‘~해라’와 같은 말투는 아이의 ‘꿈 찾기’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변미혜 서울기독교청년회(YMCA) 청소년진로진학상담실 상담팀장은 “진로지도를 위해서는 아이가 뭘 좋아하고 뭘 잘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와의 대화”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꾸준히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배워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다려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첫 단추=학교에서 3년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진로교육을 해오고 있는 부산 인지중 정명숙 교사는 “올바른 진로지도를 위해서는 자녀가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성격과 흥미, 적성, 가치관, 신체적 조건 등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넌 이래!’라고 단정적으로 말해서는 안된다. 이영대 연구위원은 “지속적인 관심이 자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좀더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싶을 때는 자녀와 함께 전문 상담기관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한국청소년상담원, 16개 시·도에 설치된 청소년종합상담센터, 각 지역 교육청 상담실 등에서 무료 또는 1만원 안팎의 실비만 받고 검사를 해준다. 온라인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표 참조) 변미혜 팀장은 “검사결과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일부일 뿐”이라며 “검사결과를 맹신하지 말고 실제 자신이 찾은 정보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자녀에게 일과 직업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일도 필요하다. 이영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직업 수는 1만2천여개에 이르지만 고교생이 희망하는 직업은 고작 272개에 그치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46%가 자신이 갖고 싶은 직업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정숙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전문상담원은 “직업에 대해 많이 알수록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부모도 스스로 직업탐색을 통해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고 있어야 자녀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약간만 품을 들인다면 직업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앙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한국직업정보시스템(know.work.go.kr)이나 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work.go.kr), 커리어넷 등에는 최신 직업정보, 학과정보, 자격정보 등이 빼곡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진로교육의 핵심은 체험이다. 현장 탐방이나 인턴십 등의 방법으로 직업세계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직업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는 길이다. 서울시교육연구원(sesri.re.kr) 진학진로정보센터에는 자녀와 함께 가볼만한 직업현장체험 장소가 올려져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사전에 탐방 가능 여부와 얻을 수 있는 정보 등에 대해 문의한 뒤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기독교청년회 청소년진로진학상담실은 해마다 여름방학 때 ‘청소년직업탐험대’라는 직업체험캠프를 실시한다. 또 직업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각종 직업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는 ‘커리어 디자이너’라는 청소년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청소년인턴십센터(yintern.or.kr)는 올해부터 청소년들이 자기가 희망하는 일터를 찾아가 선배 직업인(멘토)들의 지도를 받으며 직업을 체험하는 인턴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상 제작, 사진 편집, 풍선 아트, 헤어 디자인, 귀금속 공예, 실용음악 작곡, 박물관 큐레이터, 유치원 교사, 간호사, 방송작가 등 청소년들이 체험한 직업은 매우 다양하다. 한 학생은 노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 인턴십을 마친 뒤 대학 수시모집을 통해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하기도 했다. 한정수 간사는 “청소년들의 직업세계는 상상속에만 머물러 있기 쉬운데, 직업현장체험을 통해 자기의 꿈과 일, 적성과 흥미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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