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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31 18:30 수정 : 2018.10.31 18:30

“어떤 자리에서든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세요”

오버워치의 디바

성우 김현지

무대 인사나 게임 이벤트를 통해 성우들이 화면 밖에서도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많아지면서 성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이다. 애니메이션이 시작될 때 성우진이 주목을 받고, 신작 게임들은 스타 성우를 앞세워 홍보를 한다. 애니메이션 속 귀여운 캐릭터들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김현지 성우는 그중에서도 꼽히는 ‘스타 성우’다. 인기 게임 <오버워치>의 디바(D.Va)로도 친숙한 목소리다.

성우님을 검색하면 ‘현지냥’이라는 별명이 나와요. 어떤 뜻인가요?

애니메이션 <케이온!>에서 맡았던 아즈사 역에서 나온 거예요. 아즈사의 별명이 아즈냥인데 그 캐릭터가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우리말 목소리를 연기한 저도 현지냥으로 불렸죠. 거기에 제가 지바냥(요괴워치), 샴푸(란마1/2) 등 고양이 캐릭터를 많이 맡아 계속 그 별명이 따라다니게 됐어요. 아무래도 관심이 있어서 별명을 붙여주시는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해요.

고양이를 비롯해 귀엽고 어린 캐릭터를 많이 해서 그런 연기는 좀 편할 것 같아요.

비슷한 역을 많이 맡긴 했지만 연기는 무엇이든 쉽지 않아요. 오히려 비슷한 걸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다른 캐릭터를 똑같은 연기와 똑같은 목소리로 할 수는 없잖아요. 그만큼 연구도 많이 하고, 또 연구한 걸 표현하기 위해 노력도 해야죠. 표현하는 사람이 같으니 완전히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구분을 지어서 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캐릭터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캐릭터를 골라서 할 만큼 섭외가 많이 들어오진 않아요.(웃음) 주시는 캐릭터를 그저 열심히 할 뿐입니다. 조금 사양하고 싶은 연기는 있어요. 농염한 성인 연기 같은 거요. ‘19금’ 호흡이 필요한 연기들 있잖아요. 그런 건 몇 번 거절했어요. 기존의 제 캐릭터와 이미지가 안 맞기도 하고,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요. 농염한 연기는 저보다 잘하는 분들도 많고. 어떤 작품인지 모르고 대본을 받았다가 캐스팅을 조정해달라고 부탁드린 적도 있어요.

‘성우 김현지’의 목소리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저 스스로 ‘특색 있는 목소리입니다’라고 말하기는 부끄러워요. 예전에는 저와 비슷한 목소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도 했는걸요. 제 생각엔 그냥 ‘높은 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정도? 예쁜데 촌스러운 목소리라고 할까요. 제 목소리라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뭔가 촌스럽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얼마 전에 제가 좋아하는 선배님이 ‘높은 톤인데 힘도 있고 전달도 잘되는 목소리’라며 ‘그 목소리를 가진 몇 안 되는 여자 성우인데 목 관리 좀 잘해’라고 말씀해 주시는 걸 듣고 깜짝 놀랐죠. 저는 그냥 촌스러움을 캐릭터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제 소리가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기 전에는 예쁜 목소리를 가진 성우 선후배가 워낙 많으니까 제가 얼마나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을지 항상 두렵고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 걱정을 하기엔 인기 캐릭터가 많았는데요.

그래서 더 감사했어요. 제 소리가 부족한데도 많은 작품에 캐스팅해 주시고, 영광스럽게도 몇몇 작품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캐릭터들도 있었으니까. 사실 유난히 이런 얘기를 잘 못해요. 스스럼없이 장점을 말하는 자신감이 있으면 연기에도 도움이 될 텐데, 솔직히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워요. 알리고 싶은 게 있어도 거기에 제 자랑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말이 잘 안 나와요. 다른 사람 칭찬은 잘하고 표현도 많이 하는 편인데 유독 저에 대해선 그렇더라고요.

그래도 마이크 앞에서 연기할 땐 자신 있게 하시잖아요.

말로 못할 뿐이지 저도 마이크 앞에선 자신감이 넘치죠. 마이크 앞에서 말을 하는 직업인걸요. 거기선 기가 죽으면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애니메이션을 많이 해왔지만 요즘은 게임 속 목소리로도 이름이 많이 나와요. 애니메이션 녹음과 게임 녹음의 차이가 있나요?

많이 달라요. 애니메이션은 영상과 대본을 미리 받아서 입도 맞추고 충분히 연구를 할 수 있죠. 전체 대본을 보면서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을 구상해서 목소리를 만들어갈 수 있고요. 물론 녹음할 때 PD님이 총괄을 하지만 성우도 미리 준비를 해서 가요. 반면 게임은 스토리 전체를 알고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어요. 업데이트를 하면서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몇 마디 말만 가지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소리를 만들어가야 하죠. 게다가 그 업데이트 기간이 길잖아요. 6개월에서 1년씩 걸리는데, 그러면 전에 제가 어떤 목소리로 표현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도 많아요. 그럴 땐 ‘전에 제가 했던 거 들려주실 수 있나요’라고 요청하죠.

게임 녹음에는 순발력이 필요하겠네요.

우리말이 정말 어렵잖아요. 같은 말을 해도 상황에 따라 뜻이 굉장히 달라지기도 하고, 작은 느낌에도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 그런데 게임을 처음 녹음하러 가면 캐릭터 얼굴조차 없을 때도 있어요. 그러면 동작만 보고 상상하면서 연기하는 거죠. 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상황을 연결해서 떠올리며 하는 거예요. 반면 애니메이션은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하는데, 내가 생각한 대로 반복해서 연습하고 가면 현장에서 나오는 주문을 바로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요즘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행사에서 성우가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아졌어요. 직접 팬들을 만나는 자리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편이에요. 제가 나가서 뭘 보여드릴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해요. 스태프들이 열심히 준비한 자리이고, 팬들도 어렵게 시간을 내서 모인 자리이니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모인 분들이 만끽하셔야 할 텐데 그렇게 만들 자신이 없는 거죠.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도 떨리고. 그러다 보니 엉뚱한 소리도 많이 하고 주절주절 말도 길어져요. 조금 더 편하게 웃고, 에너지를 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아쉬워요.

그런 무대에선 주로 어떤 말씀을 하나요?

무대 인사를 하거나 인터뷰를 한 게 별로 오래되지 않았어요. 전에는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 콘셉트였고요. 저는 SNS도 아무것도 안 하거든요.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는 팬들의 판타지를 깨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저도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어요. 특히나 제가 어리고 귀여운 캐릭터를 많이 하잖아요. 서로를 지켜주자는 생각으로 조용히 다녔는데, SNS나 공개적인 소통을 안 하니까 사람들의 사랑에 감사를 표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SNS를 한다면 ‘감사해요’라고 한마디 쓰면 되는데 그 말을 할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무대 인사나 인터뷰 자리가 있으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요.

요즘은 성우를 내세우는 이벤트가 많아져서 연예인 같은 느낌도 들어요. 성우로서 이러한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성우라는 직업도 알릴 수 있고, 본인 개개인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되고요. 그렇게 해서 성우의 영역이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되면 더욱 좋겠죠. 지금은 성우의 영역이 많이 좁아졌어요. 예전에는 영화나 외국 드라마도 더빙이 많았는데 지금은 원어로 보시는 걸 선호하잖아요. 내레이션이나 광고 목소리도 성우가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배우나 아나운서들도 목소리로 참여를 많이 하고 있고, 연예인들도 내레이션을 자연스럽게 잘하시고요. 이런 상황에서 성우를 앞세운 이벤트를 통해 성우의 활동 분야가 넓어질 수 있으면 감사한 일이죠.

※ 기사 전문은 청소년 진로 매거진 월간 MODU 11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www.modumagazine.com

글 박성조 · 사진 손홍주

씨네21 MODU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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