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이에게
사실 나는 수현이가 그렇게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사려 깊지 못한 선생님이었어. 네가 친구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아무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채 마음 속엔 눈물이 가득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지. 조금은 엉뚱했지만, 수현이와 대화를 나누는 건 즐거운 일이었거든. 선생님 또한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너의 맑은 마음과 진심이 참 따뜻했단다.
그런 네가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상상도 할 수 없었어. 아직 살아서 숨 쉬는 일이 내 덕분이라고 하는 너의 편지에 몸 둘 바를 몰랐단다. 사실 나는 너에게 해준 것이 없거든. 지금 생각하면 너 스스로 모든 것을 헤쳐나간 거야. 너의 아픔을 글로 써서 어머니에게 진심을 전달한 것도, 함께 펑펑 울게 된 일도, 너의 글이 상을 받게 된 일도…. 모두 내 덕이 아니라 네가 진심을 표현할 줄 아는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란다.
내가 도서관 안팎의 넓은 세상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해내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아니. 넌 충분히 혼자 해낼 만한 힘이 있었단다. 물론 김수현은 지금도 그런 힘을 가졌지. 오히려 선생님은 중학교 이후로 사서교사의 길을 걷겠다는 너에게 특별한 말을 해주지도 못했어. 과연 사서교사의 길에 너를 끌어들여도 되는가 할 정도로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거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네가 고3이 되던 지난해 초, 여전히 사서교사가 되고 싶다던 너에게 햄버거 가게에서 만나 해준 이야기라고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뿐이었네. 너의 편지 마지막에 두 문장은 여전히 나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데 말이지.
“선생님은 자신을 싫어하던 아이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선생님을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수현아, 너는 학교도서관이 전부인 나에게 행복을 주었단다. 여전히 가끔씩 사서교사는 필요 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이가 있을 때 마음이 지치거나 내 직업이 싫어질 때도 있어. 그럴 때 너의 편지를 보면 타인의 쓸데없는 말들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느낌이야. 오히려 내가 감사해.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한다. 너는 늘 소중한 존재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너를 응원하는 사람 또한 많다는 것을.
2019년 1월 23일
너를 존중하는 선생님이.
너를 존중하는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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