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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말 시험을 마친 뒤인 지난 13일 서울 공진중 3학년 학생들이 특별교육과정 수업의 하나로 ‘생크림케이크 만들기 실습’을 한 뒤 박현선 교사(맨왼쪽) 앞에 모둠별로 만든 케이크를 늘어놓고 서로 솜씨를 뽐내며 품평회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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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동안 특별교육 운영… 초청강사 섭외·공연유치
박물관 탐방·페스티벌도… “우리학교만의 자랑” 뿌듯
공진중 3학년의 알찬 겨울나기
공진중 3학년 학생 240여명은 19일 김기덕 영화감독을 만난다. 김 감독이 이 학교에 와 ‘나의 삶, 그리고 영화 이야기’란 얘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강연은 교사들이 정성 들여 짠 특별교육과정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그램의 하나다.
고교 입학 일정 때문에 11월 하순 학년말 시험을 치른 뒤부터 겨울 방학이 시작되는 12월 말까지 한달 남짓, 중3 교실은 해방감과 설렘으로 들뜬다. 아이들의 눈길은 칠판에, 교사에게 모이질 않고 수업 시간은 수다로, 장난질로 들썩인다. 그런데, 공진중에선 좀 다르다. 1~4교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의 교과교육과정이, 수업이, 5~6교시엔 교양과정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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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중 2005년 3학년 특별교육과정 운영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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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담임 교사 8명과 교과 교사 등 20여명의 교사들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의 진행이 사실상 어려운 시기”이지만 “학생들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하는 귀중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 기간이 “결코 노는 기간이 돼선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5년 전 이 특별교육과정을 처음 시작할 때 앞장섰던 오시용(43) 교사는 “11월까지 잘 지내고도 이 마지막 한달 때문에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망가지고 마는 현실”에 그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이런 특별교육과정을 다른 중학교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편성하고 운영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해 보자’며 함께 열정을 발휘해야만 가능하다고 이영희(49) 3학년부장 등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기획을 맡은 박현선(43) 교사는 무엇보다 “의지가 있는 교사들”이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라고 말한다.
특별교육과정은 2001년 틀을 잡았다. 추진 목적·방침·추진 절차·일정 및 계획 등이 당시와 거의 닮았다. 지난해부터 2월 등교일이 줄며 12월에 끝내는 점이 달라졌다. 노하우는 쌓여도, 교사들도 아이들도 새 얼굴이기 때문에 해마다 준비를 새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교사는 “모델이 있어 좀 쉬웠을 수 있지만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부담스러운데 꼭 해야 하나, 그냥 시간표대로 수업하면 안돼나, 내 수업 시간인데 그래야 하나….’ 특별교과교육 편성을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5~6교시 교양과정이 효과를 거두려면 1~4교시 수업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공감을 어렵게 끌어내며 되살려냈다고 했다. “어느새 공진중의 전통이 됐고, 아이들도 가뜩이나 기대를 합니다. 누가 학교에 오나 하고 말이죠.” 박현선 교사의 말이다.
이렇게 특별교과교육을 하려면, 복잡한 시간표를 다시 짜야 한다. 1~2학년 수업에도 영향을 주기에, 수업 시간을 안배한 다음 교과 교사들과 조정하고 일대일로 만나 설득하는 데만 한 달 넘게 걸린다. 지난해엔 이 부장교사 등 여교사 셋이 밤늦게까지 일하며 동료 교사들을 채근해 ‘마녀 삼총사’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탐방, <도깨비스톰> 공연 관람 같은 학교 밖 행사, 생크림케이크 만들기·칼라믹스 만들기 같은 실습과 ‘공진 가수왕 선발대회’ ‘반 대항 페스티벌’ 등 전일제 프로그램 말고도, 5~6교시 초청 강연·공연들도 교사들이 죄다 챙겨야 한다.
준비는 1학기 때부터 슬슬 시작한다. 틈틈이 의견을 모으고 협의를 거듭한다. 여름 방학 땐 좋은 프로그램을 1건씩 알아오자는 ‘숙제’도 한다. 예산이 빠듯해 섭외하기도 쉽지 않지만, ‘통사정’하기를 감수하며 강연·공연 유치에 나선다. “되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짜려 애씁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2003년과 2004년엔, 학생들의 희망과 실력 등을 감안해 심화학습반·보충학습반·교양읽기반으로 나눠 이른바 ‘수준별 수업’을 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 수업의 내실을 다지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업무는 너무 복잡하고 힘든 반면 효과는 크지 않다는 판단 등에서 올해는 하지 않는다.
특별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요즈음, 3학년 교사들은 1년 어느 때보다 바쁘다. 시험 성적 처리,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등을 끝내고, 학생·학부모 면담을 하며 실업계·인문계 고교 진학 업무에 매달려야 한다.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거의 24시간 가동해야 하죠.” 이 부장교사는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엄두를 못낼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2005학년도 중3 졸업예정자를 위한 행복한 학교 만들기-특별교육활동 통합 프로그램’(<표> 참조)이다. 이유진(15 3년)양은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대개 단축수업을 하거나 비디오를 본다고 하더라”며 “우리 학교를 부러워한다”고 했다. 이양의 어머니 최은경(40)씨는 “지난해에도 좋았다고 들었는데 선생님들이 올해도 좋은 취지의 교육을 해줘 반갑다”며 “아이들이 미래를 당당하게 헤쳐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별교육과정은 겨울 방학식을 하루 앞둔 오는 27일 선배를 만나고 ‘우리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절정에 이른다. 사진 몇백 장을 모으고 편집해 ‘공진중 3년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아이들은 환호를 내지르곤 한단다. 올해도 아이들이 “특별교과과정은 공진만의 자랑”이라는 선배들의 말을 되풀이하게 될까?
“20년 교사 생활의 꿈을 실현하는 일이죠.”(박 교사),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말자 했건만, 졸업식장에서 아이들의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하는 말에 또 하게 됐어요.”(이 부장교사) 특별교육과정에 배인 교사들의 정성과 사랑을,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할 것 같지는 않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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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제주 졸업여행… 사제간의 정 더 돈독히
“공진중 3학년들은 제주로 졸업여행을 간다.”
공진중 3학년생들은 지난 4월 제주로 현장 체험을 다녀왔다. 아이들이, 특별교육과정과 더불어 “공진만의 전통”이라며 자랑하는 ‘제주 졸업여행’이다.
제주 여행은, 5년 전 특별교육과정의 일부로 처음 시행했다.
“아이들이 뭔가 특별한 체험을 하길 바랐어요. 좀처럼 가기 어려운 곳, 우리 안의 낯선 땅에 가서 눈을 넓히고 비행기도 함께 타는 경험도 함께 하려 했지요.” 오시용 교사 등은 수소문해 ‘최저가’ 제주 여행을 기획했다. 수학 여행을 제주로 가는 학교는 매우 드물던 때였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학부모들도 조금은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집에선 못해 주는데…” 하며 거들어줬다. 교사와 학생들이 여객기를 단체로 타고, 2박3일 동안 함께 먹고 자며 어울린 며칠 뒤 졸업식장은 눈물로 얼룩지곤 했다. “요즘 졸업식에선 흔치 않은 일이죠? 이 학교는 달랐어요.” 오 교사는 특별교육과정을 준비하며 겪은 마음 고생이 씻겨가는 듯했다고 회고했다.
그러기를 3년, 지난해부터는 2월 등교일이 짧아지면서 1~2학년 후배들이 수련활동을 하는 봄에 제주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바뀌었다.
공진중을 나온 김설아(16·명덕외국어고 1년)양은 “다른 학교 친구들은 체험하지 못하지 않느냐”며 “정말 소중한 추억”이라고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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