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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8 18:17 수정 : 2005.12.19 13:58

이현세가 그려낸 우리 역사 명장면·명대사 살아 ‘꿈틀’

어린이 만화에서 손을 뗐던 이현세씨가 아이들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녹색지팡이)를 들고서. 2002년 가을 펜을 들어 4년 만에 완성한 이 작품은 선사 시대와 고조선부터 일제 강점기와 광복까지 두루 꿰뚫은 한국사 통사다.

어린이 만화 복귀작으로 그가 한국사를 선택한 것은 〈천국의 신화〉를 그리면서 우리 역사를 새로 봤기 때문이라고.

4년 걸쳐 만화 10권에 담아
펜끝따라 떠나는 과거여행… 어느새 어깨 ‘으쓱’… 자부심 가득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동경심과 자부심을 심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했다. 역사란 과거를 가지고 현재를 투영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인데, 미래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이 한국사를 잘 모를뿐만 아니라 자긍심도 가지고 있지 않아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더불어 연대기나 인물 등 부분적인 사실 습득을 강조하는 역사 교육 풍토에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역사의 전체 흐름을 한 눈에 훑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10권짜리 장편으로 펴낸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 시도한 학습만화지만, 이씨의 전매특허인 스케일 큰 화면 구성과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는 여전하다. 새로운 장의 첫 부분마다 광활한 들판이나 도도히 흐르는 강물 또는 비상하는 새가 등장한다. 왕조의 교체나 역사적 전환기, 역경의 극복 등의 순간을 연어가 물을 차고 올라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자연사적인 기법을 동원했다.

특히 축소하거나 과장하는 일반적인 만화 기법과 달리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는 ‘극화체’ 기법을 활용해 한국사의 역동성을 잘 형상화했다. 서라벌 전쟁 장면이나 일제가 주권을 강탈하는 장면 등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섬세하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눈에 거슬릴만큼 거칠거나 과격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학습만화라는 점을 감안해 스스로 자기 통제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몽주가 죽으면서 선죽교에 선혈이 낭자하게 흘뿌려지는 장면이나, 보기에도 섬뜩한 칼로 동물을 잡는 장면 등은 모두 삭제됐다. 강렬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겨 써왔던 펜이나 붓 대신 부드러움을 훨씬 돋보이게 하는 사인펜을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현세가 그려낸 우리 역사 명장면·명대사 살아 ‘꿈틀’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는 기본적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청소년이 읽어도 재미있다. 장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역사박물관’에 기본적인 역사 사실과 함께 최근 새롭게 조명된 역사 인식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공포의 외인구단>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 등 그의 만화를 보며 성장한 학부모들도 까치, 엄지, 마동탁 등을 보며 옛 향수에 빠져들 수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책을 읽은 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같이 얘기해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게 이씨의 바람이다.

김미영·유경원·권민정 글, 한국역사연구회 감수. 전 10권, 각권 9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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