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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불교, 기독교, 천주교, 유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의 모임인 종교지도자협의회가 1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모임을 열어 협의회의 순번제 대표회장으로 추대된 지관 스님(왼쪽에서 두번째)의 취임을 축하하고 있다. 협의회는 이날 모임에서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7개 종단이 공동으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기로 뜻을 모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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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사학재단에 대한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립학교법이 통과되면서 사립학교 관련 단체들이 이렇게 많았는가 할 것이다. 사립학교 전체를 묶는 단체부터 학교급별, 지역별 조직이 있는가 하면, 종교와 종파에 따라서도 조직이 따로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은 가히 사립학교의 나라이다. OECD국가 중에서 일본이 20%로 사립학교 비율을 보이고 있고, 사학재단에서 자주 언급하는 영국과 미국은 9%로 수준에 불과함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중학교 22.5%, 고등학교 44.8%, 전문대91.%, 대학교 82.2%에 이른다. 중등에서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사학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런 배경은 국가교육에 대한 사학의 공헌을 주장할 수 있게 했고, 교육시장에 대한 지배력까지 확보한 것이다. 사학의 비중과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학교 폐쇄를 실질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나, 그런 협박이 십분 통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을 사학재단은 간파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의 비중과 어울리는 교육적 성취를 이룩했느냐 하는 부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더욱 빈번하게 사학의 부패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일가가 총 동원된 족벌운영을 비롯해, 학교설립을 부동산 투기하듯이 하는 사례, 교직원들의 인권과 인격을 무참히 짓밟는 사례, 학생들의 급식비 횡령을 밥 먹듯 하는 파렴치 행태, 급기야는 학생들을 밀수행위에 가담시키는 범죄 행위까지.
그런데 국민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는 것은, 그래도 양식이 있고 성찰의 자세가 있는 것으로 믿고 존경하는 종교지도자들의 발언과 모습들이다. 우리나라의 7대 종교를 대표하는 종단의 지도자들이 모여, 사학법 개정안을 성토하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하도록 탄원서 제출을 결의했다고 한다. 지적된 문제점에 대한 성찰 없이, 학교운영의 민주성, 투명성, 공공성으로 압축되는 개정안을 이념공세로 일관하고 있는 보수정당과 사학재단의 목소리를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학교는 학생을 위해 의미가 있고, 학교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학교는 국가의 앞날을 위해 국민의 세금을 투자하는 것이고, 학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학재단들이 마치 학교를 사유재산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학생은 보이지 않고, 사회적 가치와 국가의 장래는 암울하게만 느껴진다. 존경과 신뢰를 받고 성찰의 자세를 보여야 할 종교계마저 학교와 교육을 두고 내는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내 탓 아니라, 내 몫이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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