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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경화/학부모 bkh0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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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견
책읽기 의무감 얼굴 찡그릴라 아이 친구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4학년 1학기에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을 좀 추천해달라는 이야기였다. 방학을 하기 전에 책을 주문해 두어서 새학년이 시작되기 전까지 다 읽힐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추천도서 목록에 옆집 아줌마표까지 끼게 되었나 싶으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응했다. 백번 옳은 이야기이다. 국어책에 실린 이야기의 원작동화를 미리 읽게 하고, ‘전구에 불 켜기’라는 단원을 배우기 전에 전기에 관한 재미있는 책들을 읽고 간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 내 아이도 그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자료들을 찾다 보니 정말 추천도서 목록의 홍수시대이다. 교과 관련 추천도서는 말할 것도 없고, 과학의 날 관련 추천도서, 장애인의 날 관련 추천도서, 방학동안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등 주제도 다양했다. 교육청, 학교, 출판사, 서점 등 추천도서를 발표하는 곳도 정말 많았다. 공신력 있는 단체의 추천도서 목록이더라도 내 아이가 좋아할 만한지, 수준에 적당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했다. 일부 출판사에서 추천도서라고 발표해둔 책은 고발하고 싶기도 했는데,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로 목록을 내려 보낸다니 과연 그 학교 엄마들은 알고 있을까? 어찌되었든 인터넷 서점의 서평들도 뒤지고, 직접 서점에 나가 확인도 하면서 목록을 만들었다. 각 과목의 단원별로 제목을 적고 그 옆에 책 제목을 올려두니 내가 봐도 제법 그럴싸하다. 그런데 막상 목록대로 책을 주문하려다 보니 방학이라고 계획을 세우며 들떠있는 아이의 얼굴이 겹쳐졌다. 아직 초등학생인데, 읽고 싶은 책 마음껏 읽고, 놀고 싶은 만큼 마음껏 노는 게 방학인데…. 책을 읽는 것마저 공부에 연결해서 읽어야 하면 아이의 방학이 행복하지 않을 듯했다.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좋은 책, 필요한 책을 골라주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어른들이 너무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책읽기가 골치 아픈 일이 될까 걱정된다. 범경화/학부모 bkh0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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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오즈북스 대표 firenche68@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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