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한고학연의 출범으로 본 청소년의 조직화
청소년들 사이에서 내신등급제 폐지와 두발자유화 요구가 한창이던 5월. 대한민국 기성세대 모두가 또다시 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6월 6일 47개 학교 학생회가 참여한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이하 한고학연)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에 언론들은 즉각적으로 한고학연의 출범에 주목하는 한편, 바로 출범식 날 아침 뉴스를 통해 ‘고등학교 판 한총련이 생긴다’는 식의 문구와 내용의 기사를 생산했다. 긴장한 교육청은 출범식에 2명의 장학사를 파견, 동태를 살피기도 했다. 기성 언론의 왜곡보도가 청소년들에게 큰 상처를 남겨 "고교생 압력단체? 47개 고교 학생연합 출범"(서울신문) "교육당국·경찰, 고교생 단체 출범에 촉각"(연합뉴스) 이날 신문들은 ‘전국 고교학생연합 출범’에 촉각을 기울이는 한편, 한고학연의 뿌리에는 누가 있고, 무엇을 요구하는 단체인지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언론의 지나친 관심은 왜곡보도로 이어지면서 출범식 당일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한고학연 홍보위원회 위원장 오승환(18)군에 따르면 출범식을 하기로 한, 6일 새벽 연합뉴스 기사가 ‘고등학생판 한총련이 출범한다’라는 식의 내용으로 인터넷에 떴다고 말했다. 이에 출범식을 열고자 했던 예술의 전당 측에서 ‘장소를 빌려주지 못할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아 한때 좌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참석하기로 한 한고학연 소속 각 학교 학생회 임원들이 참석의 어려움을 나타내며 15명도만 참석하게 되었다. 오승환 홍보위원회 위원장은 당시의 어려움에 대해, “장소가 공공기관이다 보니 빌려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고 무척 압박을 느꼈고, 다른 학교에서는 강제로 한고학연 가입을 사퇴 하라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날 출범식은 예술의 전당 문화사랑방 대회의실에서 열릴 수 있었다.연합뉴스, 한고학연의 배후에는 ‘희망연대’가 있다고 주장 ‘희망연대’라는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타 단체의 개입은 없어 이날 연합뉴스의 보도는 한고학연의 출범에 기성세대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청소년들의 조직결성에 두려웠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는 기사 첫머리에서 ‘전국 47개 고등학교 대표자로 구성된 단체가 출범하자 교육당국과 경찰이 향후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이어 바로 교육부 관계자의 입장을 담아 ‘자발적인' 촛불집회 등이 ‘조직적인’ 고교생의 집단행동으로 표출되거나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 된다는 입장을 보여줬다. 한고학연의 출범과 의미, 그리고 청소년들의 정당한 요구에는 관심이 없었다. 또한 연합뉴스는 기사에서 배후에는 전교조 출신이 만든 ‘희망연대’라는 있지도 않은 단체를 거론하며 한고학연의 출범의 순수성을 왜곡했다. 결국 연합뉴스의 기사는 확인결과 오보임에 드러났다. 이날 출범준비위원회 대표 김원 전 서울 개포고 학생회장은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언론이 학생들 움직임에 색깔을 덧씌우고 있다”며 “언론에서 색깔 외에도 청소년이 어리다고 덧씌우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고학연의 ‘주장’보다는 ‘출범’에만 관심을 두었던 기성세대 사실 한고학연의 출범은 예고되었던 것이었다. 출범준비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김원 전 서울 개포고 학생회장은 “한고학연은 학생회 임원을 지낸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비정치적, 비종교적, 비영리적인 고등학생들의 대표기구”라고 설명하며 전국에 많은 학생회를 출범하기 1년 전부터 모아냈기 때문이다. 한고학연 김백건 의장(18)은 출범 당시, “상대방을 이해하고 깨우치는 교육 보단 경쟁 교육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말할 장이 필요하고, 그것은 한고학연”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백건 의장은 “현재 학생회가 CA와 같은 특별활동의 일환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생회의 의견을 받아들여주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학생회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에서 수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고학연의 방향으로 ‘학교 학생회 활성화, 학생회 법제화, 학생들과 소통의 장 마련’을 꼽았다. 이런 그들의 정당한 주장에 대한 것보다 ‘출범’에만 관심을 두었던 기성세대들은 ‘배후에는 누가 있는가’, ‘어떻게 조직을 했는가’ 등 청소년들이 조직결성에 대한 우려의 입장만을 나타냈다. “기성세대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청소년들의 참여를 막고 있어.” 기성세대들은 청소년을 바라보는 안 좋은 시선 때문에 그들의 정당한 요구사항과 활동은 힘들어 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고학연에 소속된 몇몇 학교에서는 학생회장에게 강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으며 이에 사퇴를 한 학교들도 많이 발생했다. 오승환 홍보위원회 위원장은 “왜곡된 언론의 보도로 인해 몇몇 학교에서 한고학연 소속 학생들이 탄압을 받았고 이에 강제사퇴를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고학연에 뜻에 동의해 가입하는 학교들도 꽤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성세대 청소년의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을 무조건식으로 통제하고 있어 더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아직도 대한민국에서의 청소년 활동은 소수 단체에만 머물러 있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소년들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모임을 하기위해 장소를 빌리는 것도 어렵고 활동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고학연의 경우도 전국에 있는 대의원을 모두 만날 경우는 1년에 2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조직 결성은 너무도 당연한 것” “청소년도 자신의 요구사항을 만들고 대변할 조직이 필요.” 모든 사회에서 자신의 생각과 동의하는 집단을 조직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청소년이 자신의 요구를 담는 조직을 만든다는 것에 기성세대들은 상당히 꺼려한다. '아직은 어리다'는 이유와 '너무 감정적이다'라는 주장으로 말이다. 발전하는학생회 '가자' 이아라 대표는 "기성세대들이 청소년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벗어나면 관리하기 힘들다는 발상에서 청소년들의 조직결성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또한 이아라 대표는 "청소년들의 정당한 요구에도 '아직은 어리다'라는 사고가 자리잡고 있어 청소년들의 모든 행동들이 안 좋게 보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달 초 독일 최연소 국회의원 안나뤼어만 의원과의 만남을 기억하며 "대한민국도 독일과 같이 청소년들의 참여가 넓어져야 하고 당당한 사회 주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녹색당 안나뤼어만 의원 역시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독일의 청소년들의 참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독일은 많은 청소년단체들이 있어 자발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변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발로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진정성은 바로 청소년으로부터 나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년이 당당한 사회 주인으로 나설 때 역사는 변했으며 이런 역사의 변화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참여와 조직 결성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역사의 흐름이고 반드시 더욱 많이 이뤄져하는 것이다. 김선경 기자 mailto:1318virus@orgio.net ⓒ2005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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