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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8 15:28 수정 : 2006.01.09 15:17

가족에 치이고 사회에 부대껴도
읽고 또 읽고…책으로 보듬은 아픔
어른되기 방법 찾는 성장일기

아이들은 커간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커감을 잘 모른다. 누구나 거쳐가야 할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고 만다. 커감을 모르는데 아픔을 알 리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픔을 묻고 커감을 숨긴 채 긴긴 성장통의 고통을 혼자 참아내는 경우가 많다.

<길 위의 책>의 두 주인공은 커감과 아픔을 안은 평범한 아이들이다. 소극적인 성격에 공부에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필남은 재혼한 부모, 이복형제들과의 불편한 관계로 마음의 문마저 닫고 살아가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공부도 잘하는 나리는 부모의 이혼으로 혼자 자취생활을 한다.

그 상처들이 전형성을 갖는다고는 할 수 없어도 둘은 분명 가족, 친구, 사회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시대 청소년들을 상징한다. 질풍노도의 시기, 주변인기, 사춘기 등 청소년기를 일컫는 말을 굳이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이들이 넘어서야 할 ‘성장통’이 무게는 커보인다.

“이 가시나는 오델 그리 쏘다니다 이제 나타나노”라며 눈을 부라리는 엄마는 필남에겐 ‘진주댁’이라는 이름이 더 적절하고, 이혼한 뒤 젊은 여자를 데리고 나타나는 나리의 아빠는 자식의 마음은 아랑곳 않는 타인으로서의 아빠일 뿐이다.

성장통의 해법은 없다. ‘잘난’ 어른들 말대로 그냥 참고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른이 돼있을지 모른다. 지은이는 이에 대해 ‘의도적 망각’ 대신 ‘책’이라는 손쉬우면서 지혜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예컨대 <데미안>의 싱클레어를 통해 필남은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자신을 발견하고 찾게 되는 것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이 무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독서 동아리 토론회에서 <외딴 방>에 대한 발제문을 발표한 뒤에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자신만의 길을 발견한다.

청소년들이 읽어볼만한 성장소설에 대한 지은이의 설명은 밥을 떠서 입에 넣어 줄 정도로 친절하다. 마치 고전 요약집을 보는 것처럼. 하지만 필남의 눈과 입을 통해 책을 말함으로써, 독자들의 책읽기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위태롭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소설에서나마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작은 바람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더불어 책읽기를 싫어하고, 읽는다 하더라도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 등만 고집하는 청소년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진다. 독서란 모름지기 성장의 중요한 자양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달리 해석하자면 책읽기의 즐거움을 모조리 앗아가고 청소년의 성장통 치유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대학 입시 대비용 독서에 대한 조용한 경고로도 볼 수 있다.

푸른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자아와 세계를 성찰하는 깊이 있는 시각이 잘 어우러진 청소년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성찰과 그에 따른 삶의 발견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뜻일 게다. 강미 지음. -푸른책들/88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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