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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피아노는 왜 가르치세요? |
두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한 아이는 2년쯤, 둘째 아이는 1년쯤 배우다가 그만 두었다. 운지법이 잘 못되었다고 학원 선생님이 혼내키는 것이 싫어서 그만 다니고 싶었다고 나중에 털어 놓았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아직도 바이엘이니 체르니니 하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피아노를 배우는 어린이들이 모두 클래식 피아노 연주가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채 1%도 안될 것이다. 나머지 99%는 생활음악으로 피아노를 활용하기 위하여 배우는 것이다. 비오는 날 '비가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를 치면서 감상에 젖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그 지루한 교본으로 고문을 당하면서 피아노를 배울 필요가 전혀 없다.
그 아이가 즐겨듣는 음악을 직접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피아노 학원에서 해야할 일이다. 연속극 주제가가 또는 지오디의 노래를 쳐보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고 재능이 발견되면 클래식 음악을 권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질은 온데 간데 없고 형식만 남아서 학원 돈벌이 수단으로 어린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 형국이다.
뉴욕에 있을 때, 초딩이던 큰 애는 학교에서 지도해주는 바이올린 연주를 아주 즐거워 했고, 부모가 말아지 않아도 항상 열심히 연습을 했다. 한국에 돌아올 때 바이올린을 계속하고 싶다고 하여 학교에서 시행하는 방과후 활동에 참여했다. 그렇게 열정적이던 아이는 한 달을 못넘기고 바이올린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피아노를 또는 바이올린을 왜 배우는 지, 배워서 무엇을 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볼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계속해서 배우는 일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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