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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5 18:12 수정 : 2006.01.15 18:12

“미 학부모와 국제전 치를 각오해야”

“좋은 교육 환경을 꿈꾸며 조기 유학을 계획한다면, 미국에도 ‘8학군’과 사교육, 체벌이 존재한다는 점을 먼저 알라. 미국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상위 5%에 들기 위해 아이와 함께 뛰고 또 뛰는 미국 중산층 주부들과 ‘국제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미국 조기유학의 실상을 다룬 <태평양 건너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의 펴낸 박홍기(43)씨는 아이 교육에 가족의 모든 것을 ‘올인’하는 한국의 조기유학 풍토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6년 동안 <서울신문> 교육 담당 기자를 지낸 그가, 지난 2004년부터 1년 동안 미국 UC버클리 초빙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직접 겪고 목격한 현실이다. 그는 이 기간을 개인적인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으려 했으나, 열살 내기 딸을 미국 공립학교에 보내고 주변 학부모들의 사연을 하나 둘 들으면서 예상치 않은 ‘현지 취재’에 나서게 됐다.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오직 아이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기러기 엄마들, 한국에 있는 아빠를 점차 잊는 아이들, 아이 때문에 온 가족이 투자 이민을 감행한 뒤 정착에 실패한 가족, 유학을 위해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아이를 입양시키는 부모들. 이들을 보면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한국인은 물론 미국인 학부모와 교사 등을 만나 알게된 그곳의 현실을 제대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씨는 조기유학을 꿈꾸는 학부모들이 흔히 ‘한국에는 있지만 미국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미국에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과 학부모들의 치맛바람, 비싼 사교육비, 촌지와 체벌 등이다. 인종차별이나 문화 부적응 등 ‘한국에는 없지만 미국에는 있는 것’들도 꽤 된다. 지나치게 ‘정직한’ 화법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한국에 돌아와 책을 펴내려 했을 때, 그에게 ‘조기 유학이 대세인데, 조금 긍정적인 분위기로 고쳐 써달라’고 주문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미국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우리가 관심있게 봐야 할 부분은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 하는 게 있으면 칭찬해주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미국의 교육 풍토라고 생각합니다. 책읽기와 글쓰기, 토론 등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교육의 기초로 삼는 점, 아이들이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고 운동장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풍경들은 하루 빨리 ‘수입’됐으면 합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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