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5 19:05
수정 : 2006.01.16 14:44
저는 삽살개예요. ‘삽’은 ‘없앤다’ 또는 ‘쫓는다’의 뜻이고 ‘살’은 ‘귀신 또는 사람을 해치는 기운’이라는 뜻이나까 저는 ‘귀신을 쫓는 개’인 셈이죠. 그만큼 용맹하다는 거죠. 헤헤.
사람들은 저를 보고 그저 털북숭이 발바리라며 하찮게 보는데, 사실 전 한민족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뼈대있는 집안 출신이랍니다. 못 믿겠다고요? 그럼 고구려 고분인 장천1호분 벽화를 잘 살펴보세요. 가운데 부처님 아래 두 마리의 개가 나오는데 바로 제 조상이랍니다. 그뿐만이 아니예요. 장승업이나 심전 안중식 그림 등 많은 그림 속에도 등장하고, 문배도라여 하여 집의 액운을 막기 위해 대문 등에 붙였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나오죠. 춘향전이나 숙향전과 같은 수많은 고전문학 작품에도 등장해요.
한민족과 같이 살아왔기에 그에 얽힌 전설 또한 엄청나게 많답니다. 구미시 낙동강가에 있는 삽살개의 의로운 죽음을 기린 ‘의구총’에 얽힌 이야기,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마지막을 지킨 삽살개 이야기, 삼척 환선굴에 얽힌 삽살개 전설 등 헤아릴 수도 없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내력있는 집안 출신인데, 왜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냐구요? 그건 식민지 때, 전쟁에 미쳐있던 일본은 우리나라 토종개들을 잡아다가 일본군의 털옷과 털신을 만들었기 때문이예요. 삽살개는 털이 길어서 가죽을 벗기면 쓸모가 많았기 때문에 특히 다른 개보다 더 많은 죽음을 당해야 했지요.
다행히 몇몇 뜻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최근 저희 가족과 친구들이 조금 늘기는 했어요. 하지만 여러분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줄 때 삽살개는 자랑스런 한국개, 세계속의 한국개가 될 수 있답니다.
임인학 글·사진. -청어람미디어/98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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