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5 19:12
수정 : 2006.01.16 14:44
하루 136종 생물이 사라지는 현실에
빙하 타고 온 북금곰이 던진 메세지
‘동물의 왕국’에서 인간은 주인일까
‘사람이 동물원에 갇혀 있고 동물이 사람을 구경한다면…’
‘동네마다 동물과 사람이 이웃처럼 같이 어울려 산다면…’
<야생동물 이야기> 시리즈를 읽으면서 두 가지 ‘발칙한’ 생각을 떠올렸다. ‘지구의 주인은 사람’이라는 부동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는 정말 ‘발칙한 몽상’일 뿐일지 모른다. 그러나 따져보면 이 믿음의 근거는 박약하다. 지구상에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있는데 왜 인간만 지배권을 가져야 하는가? 설사 이 주장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인간이 지구의 주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연간 1만5천~5만여 종의 동식물이 멸종하고 있다. 하루평균 136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환경 파괴다. 다시 말해 인간 탓이다.
이 시리즈는 발칙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동식물의 처지에서 지구를 바라봐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지구의 또 다른 주인으로 인정은 못하더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는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본 시각이 동물에 맞춰져 있고, 태어나고 자라 홀로 서는 과정이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각각의 동물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또 시간과 공간은 어떻게 인식하며, 타자로부터의 자극에는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등을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한발짝 물러나 타자 또는 객체의 위치에서 보게 한다.
붉은 여우 앰버, 북극곰 투가, 코요테 블랙넬, 너구리 키트, 흰발생쥐 핍 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신체적인 변화와 위험에 처했을 때 스스로를 지켜내는 모습, 처음으로 혼자서 먹이를 구했을 대의 감격 등 새끼 때부터 어미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하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묘사된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그들의 시선으로 보여줌으로써 야생동물과 사람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우리들 스스로 생각해 보게도 한다. 동물이 어떤 식으로 위험을 극복하고, 또 삶을 꾸려가는지 알면 알수록 동물과의 유대감은 더욱더 깊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북극곰 투가>에서 유빙에 실려 먼 남쪽으로 떠내려와 길을 잃고 헤매는 투가를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야생동물 담당공무원과 산림경비대가 친절한 가이드로 나서고, <흰발생쥐, 핍>에서 부상당한 흰발생쥐를 작은 소녀가 거두어 음식을 주고 보호해주는 장면 등은 ‘생명은 모두 소중하며 사람과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동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철저한 조사를 거쳐 사실에 바탕해 야생동물의 생태를 아주 정밀하게 그리고 있어 살아있는 생태정보 책자로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지은이는 북극 근처 매혼만이 내려다보이는 캐나다 노바스티코아에 살며 자연속의 풍경들을 면밀하게 포착해 글로 담아내는 일에 평생을 바치고 있다. 셜리 우즈 지음. -푸른숲/전 5권 각권 7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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