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2 16:10
수정 : 2006.01.23 13:58
‘가시내’에는 여자 아이를 얕잡아 보는 뜻이 담겨 있어요. 여자 아이를 낮춰서 함부로 이렇게 부르죠. 하지만 가시내란 말 속에는 깊은 내력이 있어요.
옛날에 한 여자 아이가 살았는데, 개구지고 씩씩했어요. 산과 들을 제 집처럼 휘젓고 다니고, 연날리기, 자치기, 쥐불놀이도 아주 잘했어요. 돌팔매로 토끼도 잡고, 높다란 나무에 올라 새집도 뒤지고, 황소를 타고 놀기도 하죠. 개구장이 남자 아이 뺨칠 정도로요.
그런데 어느날 이웃나라가 쳐들어와 전쟁이 났어요. 아이는 장군한테 쫓아가 싸우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했어요. 그 사이 우리 군사들은 자꾸만 밀렸어요. 위기였죠. 그 때 갑자기 웬 갓 쓴 아이가 하나 나타나서는 적진을 누비며 돌팔매를 해댔어요. 적군이 픽픽 쓰러지다가 마침내 멀리 달아나고 말았어요. “와! 와! 갓 쓴 애, 갓 쓴 애!” 군사들은 기뻐하며 소리쳤어요. 그는 바로 장군이 쫓아낸 아이였어요.
그 뒤로 사람들은 그 아이를 갓쓴애라고 불렀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갓쓴애는 ‘가스내’로 변했고 다시 ‘가시내’로 바뀌었답니다. 그리고 집집마다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처럼 씩씩하게 자라라고 가시내라고 부르며 좋아했답니다.
<가시내>를 보면 이렇게 씩씩하고 당당한 진짜 가시내를 만날 수 있어요. 마치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활쏘는 고구려인의 늠름한 기개가 그대로 느껴져요. 대한민국 여자 아이들 모두 훌륭한 가시내가 되세요. 유아~초등 저학년. 김장성 글, 이수진 그림. -사계절/9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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