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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물오리들아!
동동동 물에 뜨는 오리를 만들어 볼까? 집에 굴러다니는 스티로폼 포장 그릇을 오리 모양으로 오려서는 그리고 싶은 오리대로 색칠해. 물에 번지지 않게 유성 컬러 펜으로 칠해야 해. 도서관에서 새 도감이랑 겨울철새가 나온 책을 빌려서 보고 그리면 돼. 다 그렸으면 물 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못을 발처럼 배 밑에다 한 개 꽂아 주면 동동동 오리들이 우리 집 목욕탕에서 떠다녀. 청둥오리 한 쌍, 넓적부리 한 쌍, 쇠오리 한 쌍, 흰죽지 한 쌍이 동동동 둥둥둥. 찰랑찰랑 파도를 만들어도 끄떡없이 동동동 둥둥둥. 조금 지나니까 어, 끼리끼리 짝짓기도 하네. 우리 진짜 물오리 보러 가자. 우리가 그린 물오리들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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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대야에도 물오리들 동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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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새인 물오리들을 보러 가려면 쌍안경이 필요해. 그래서 벼룩시장에 들렀지. 배율이 많이 높지 않아도 되니까 쉽게 초점이 맞춰지고 넓게 보이고 흔들리지 않는 쌍안경을 골랐어. 그리고 삼각대로 받칠 수 있는 고정 장치가 있는 걸 골랐지. 우리가 보려면 삼각대 같은 데다 받쳐야지 그냥 들고 보는 건 힘들거든. 별로 비싸지 않게 꽤 괜찮은 쌍안경을 살 수 있었어. 마음씨 넉넉한 아저씨는 그 가격에서도 2000원을 그냥 깎아 주시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따끈따끈한 풀빵 2000원어치를 사먹으면서 물오리들을 만나러 갔지.
얼음 언 강물 위에 동동동 물오리들이 떠다니고 있어. 안녕, 물오리들아!
머리를 낮추고 엎드려서 살금살금 물오리들을 보러 갔어. 오리들은 무척 예민하고 사람보다 훨씬 더 잘 볼 수 있으니까 오리걸음으로 종종종 조심조심 다가가야 해. 옷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으로 입어야 하고 말이야. 새들이 놀라지 않게 몰래몰래 다가가야 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청둥오리, 오리 가운데 가장 작고 꽁지 노란 색이 유난히 눈에 띄는 쇠오리, 부리가 넓적한 넓적부리, 꼬리 깃이 길고 뾰족한 고방오리. 고방오리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어. 암컷들도 옆에서 떠다니는데 색깔이 엇비슷해서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어. 이 오리들은 모두 강물 위에 떠서 머리만 대고 먹이를 걸러먹거나 머리를 물 속에 박고 먹이를 찾는 오리들이야. 고방오리는 꽁지를 강물 위에 삐죽 그리곤 두 다리를 버둥버둥, 넓적부리는 넓적한 부리로 연신 휘휘휘 강물을 휘저어. 지난해엔 물 속으로 ? 재빠르게 잠수해서 먹이를 잡는 비오리나 흰죽지도 많이 보였는데 어디를 가셨나? 이번엔 만날 수 없었지. ? 들어갔다 어디서 다시 ?p 나올지 찾아보기 하려 했는데 아이, 아쉬워. 여섯 살 단이는 자기가 집에서 그린 꽁지가 노란 쇠오리를 보고는 단박에 “쇠오리다!” 하고는 아주 친한 동무라도 만난 듯 반가워해.
어디, 오리 깃털이라도 떨어져 있을까? 겨울 강바람이 따끔따끔 그래도 즐거웠지. 겨울 바람을 가르며 타다닥 강가를 뛰어다니고, 바스럭부시럭 마른 풀 더미 속을 헤치고 강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고랑에는 얼음이 꽁꽁꽁. 햇빛에 녹아서 약간은 질퍽거리는 얼음 위를 타바타박 처벅처벅. 노느라고 깃털 찾는 것도 까먹고 새 보는 것도 까먹고 얼음 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 쿵! 오리들이 놀라서 그만 퍼드덕퍼드덕 저리로 날아가 버렸어. 오리들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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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서는 주워온 깃털을 종이에 멋지게 끼웠어. 솜처럼 포슬포슬한 깃털, 크고 억센 깃털, 알록달록 점무늬 깃털, 멋진 선 무늬 깃털, 반짝반짝 예쁜 색깔 깃털. 여러 가지 깃털, 물오리들 깃털. 오리들아, 또 만나자. na-tree@hanmail.net
※붉나무가 물오리를 보러 간 곳은 서울 응봉역 바로 옆 중랑천 하구였어요. 쌍안경은 동대문운동장 풍물(벼룩) 시장에서 3만8000원에 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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