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7 14:31
수정 : 2006.01.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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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게임회사인 EA에서 캐릭터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제니 류 디자이너. 출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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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게임회사 EA의 캐릭터팀장으로 활동 중인 디자이너 제니 류
캐릭터 상품이 청소년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하면서 캐릭터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동시에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업무와 디자이너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그래서 현재 미국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제니 류(한국이름 강호정)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게임회사 EA에서 게임 캐릭터팀 팀장이자 디자이너로 현재 근무 중이다.
먼저, 한국 청소년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제니 류입니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레드우드시티라는 동네에 있는 EA 게임회사에서 캐릭터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영화 <반지의 제왕>을 게임으로 만드는 일을 했었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대부>의 게임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이 게임은 2월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캐릭터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직업은 여러분들이 알고 있듯이 게임이나 영화 등에 등장할 인물들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스토리에 맞게 캐릭터의 외모와 그 외모에서 들어날 수 있는 성격 등을 표현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캐릭터 디자인 일은 프리 프로덕션 기간 동안 진행되는데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2D 스타일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그려내는 작업입니다. 캐릭터 디자인이 완성되면 그것을 가지고 CG 아티스트들이 컴퓨터로 3D 캐릭터를 만듭니다.
미국 내의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디자이너와 CG 아티스트의 일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물론 규모가 작은 회사나 팀이 커지기 전 적은 인원들로 팀이 구성되어있을 경우에는 CG 아티스트들 중 디자인 능력이 있는 사람은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필요할 때는 조금 참여합니다만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서는 두 가지 일을 맡기 어렵지요. 제가 주로 담당하는 일은 CG작업인 3D 캐릭터들을 만드는 일입니다.”
언제부터 캐릭터 디자이너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청소년 시절부터 꿈이...캐릭터 디자이너?
“어렸을 때, 캐릭터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했던 3가지의 충격적인 일들이 있었어요. 가장 처음 받은 충격은 초등학교 3~4학년 때인가... TV에서 지점토로 만든 클레이애니메이션을 봤을 때였어요.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미국 애니메이션이었는데 그것을 보고 제 몸이 경직됐던 기억이 나요. 집 장식장에 있는 인형 같은 것들이 걷고 말하고 울고 웃고 하는 것을 보고 전 오랫동안 그 신선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막연히 '나도 저렇게 움직이는 인형과 인형들이 사는 동네가 우리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저런 것을 어떻게 만들까.' 호기심과 관심이 가득했었죠.
그 후 두 번째 충격은 초등학교 5학년 때쯤 동네에 <헬로키티> 상점이 처음 들어왔을 때에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캐릭터 전문가의 꿈을 갖게 됐어요. "바로 이거야!!!" 동짜몽이라는 일본 캐릭터를 따라 그리다가 헬로키티 캐릭터와 그 외 시리즈들의 캐릭터들을 접하면서 캐릭터 하나로 만들 수 있는 팬시 제품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고 마치 내방 하나 가득 차있는 초콜릿들을 골라 먹을 수 있을 때의 기쁨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지요. 헬로키티가 한국에서 만든 것이 아니고 일본 상품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제 열정은 더 커졌어요. ‘반드시 우리나라가 더 예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리라.’ 하는 애국심까지 들게 하더군요.
세 번째 충격은 미국 픽사(Pixar)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만든 틴 토이(Tin Toy)라는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쯤인가 어느 학원을 우연히 방문하다 처음 봤는데, 그때는 마치 그 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과 가능성을 찾아낸 것처럼 날듯이 기뻤어요.”
지금 세계적인 게임회사 EA에서 일하고 계신데... EA에 입사하기까지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도...
“EA에서 일하기 전에는 남코와 코나미라는 미국에 있는 일본 게임회사에서 근무했어요. 모두 제가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 모여 있기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지역적인 문제는 없었지요. EA에 입사한 이유는 우선 프로젝트 <반지의 제왕>이 맘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에서도 같은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서로 알게 되고 소문이 나고 해서 회사를 옮기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 회사에서 성실히 실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원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느 회사든 입사결정은 본인의 실력과 경력으로 좌우되는 것이므로 꾸준히 자기 개발과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죠.”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시면서 캐릭터를 생각해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시나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캐릭터 중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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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출시되는 게임에 나오는프랭키(Frankie). 제니 류가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이다. 출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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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작업한 <대부> 캐릭터들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대부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영화 안에 배우들을 똑같이 닮게 만들어야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특별히 캐릭터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은 아니지만 게임 스토리상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경우에는 별도의 캐릭터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자인 팀에서 직접 제작에 들어가야 하지요. 이럴 때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하지만 그만큼 많이 애착이 가기도 합니다.
캐릭터를 닮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그 캐릭터의 성격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하기 때문이죠. 캐릭터의 성격이 묻어날 수 있는 캐릭터를 제작하려고 노력합니다. 대부 작품 안에서는 캐릭터 디자인 일보다는 주로 3D 캐릭터작업과 팀을 운영하는 일을 했지만 제가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도 있답니다. 플레이어와 그이 여자친구 Frankie가 제 작품이죠. (아니 엄밀히 말하면 2D 디자인 없이 바로 3D 로 디자인해서 만들어낸 경우죠)”
한국에서도 청소년들이 캐릭터 디자이너란 직업에 관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캐릭터 디자인뿐만 아니라 캐릭터 관련 사업은 사람들이 꿈을 버리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희망을 갖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입니다.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분야이고요. 지금은 여러분들의 선배로써 조언을 드리고 있지만 후에는 여러분들이 제 파트너가 되어 제게 힘을 주게 되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디자이너라는 꿈을 가지고 노력하여 더 큰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캐릭터 디자인 작업이 컴퓨터가 없었을 때 시작해서 그런지 마치 반드시 2D로 그려야 만이 캐릭터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을 이용할 수 있고 또 3D 툴을 상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작업 툴의 범위를 넓히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자신이 디자인한 캐릭터를 3D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만 해도 뿌듯할 겁니다.
실제로 인더스트리에서도 캐릭터 디자이너들의 위치는 중요하지만 안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즉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할 때는 반드시 필요한 위치이지만 디자인이 나오고 본격적인 프로덕션이 시작될 때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식직원으로 취직되기보다는 계약직이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캐릭터 디자이너들 중 CG작업이 가능한 사람들은 안정된 일을 할 수 있을뿐더러 대우도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반드시 알려드리고 싶은 것은 게임캐릭터 제작의 경우 텍스처 작업은 그 작업자체가 바로 페인팅이고 디자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드로잉/페인팅 능력과 디자인 능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작품은 3D 로 만든 게임캐릭터에서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3D 캐릭터작업은 캐릭터 디자인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꿈을 보다 안정된 위치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수고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 질것입니다. 그때까지 인내하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인터뷰 질문에 답변을 해주신 제니 류 님은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캐릭터 디자이너의 꿈을 가지고 노력하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남겼다. 그리고 앞으로 캐릭터 디자이너가 될 청소년들에게 좋은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며 인터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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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디자이너 제니 류가 말하는 미래 캐릭터 디자이너를 위한 조언
1. 꿈+상상 및 관찰력+부지런함
무엇보다 꿈을 갖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풍부한 상상력과 관찰력입니다. 그리고 부지런해지세요. 저는 솔직히 그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닙니다(한국에 부지런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감히 비교가 되지 않네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는 초인간적인 부지런함이 종종 발동되더군요. 꿈은 있는데 수고하거나 노력하지 않으면 꿈은 꿈으로 장식되기 마련이지요.
2. 상상을 손으로 그려내라
머릿속 상상을 손으로 그려내는 연습을 많이 하세요. 이때 중요한 습관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완성’ 이라는 것입니다. 시작만 해놓고 마무리를 하지 않는 습관은 나중에 완성을 하는데 어려움을 갖습니다. 특히 라인 드로잉만 하는 습관은 후에 컬러작업에 매우 약한 것을 많이 봅니다. 컬러작업은 라이팅과 재질감의 이해와 공부가 필수적으로 따라주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실전 작업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도 높습니다.
3. 정리하는 습관과 논리적인 사고를 가져라
상상 속의 그림들을 정리해서 그려낼 줄 알아야 합니다. 또, 캐릭터 디자인은 창의성을 요구하는 미술 분야이기도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상품성을 갖는 산업미술이기 때문에 작업프로세스와 자료정리 등이 필수적입니다. 지금부터 정리하는 습관을 함께 기르면 후에 개인 작업이나 팀워크로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4.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가져라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자신의 환경에 대해서, 자신의 조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은 자신을 보다 큰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됩니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죠. 물이 반쯤 들어있는 컵을 보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 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물이 반이나 남았네.> 라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자신의 능력과 희망이 더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답니다.
5. 남을 칭찬하라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의 마음은 하얗습니다. 감수성이 높고, 착하고. 하지만 때로는 남이 나보다 잘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기도 합니다. 자신 없어지는 본인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끼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런 사람을 질투하게 되고 또 그렇게 질투하는 사람들과 함께 헐뜯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무의미한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왜냐하면 실력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주변에서 헐뜯고 끌어내리려고 해도 그 실력이 들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회에 나와서는 언젠가 같이 일하게 될 동기로써, 상사로써 반드시 만나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친구로 만드는 것이 보다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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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빈 청소년기자(서울 상일여고 2)
news@kocca.or.kr
출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www.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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