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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4 17:37 수정 : 2005.02.14 17:37

1969년 중앙정보부장에서 경질된 뒤 73년 미국 망명길에 오른 김형욱은 회고록을 펴내고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박정희 정권의 표적이 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숨지기 19일 전인 1979년 10월7일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사건은 최고 권력자의 직접 관련 여부로 가장 큰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첫 손가락에 의심을 받는 것은 중앙정보부다. 특히 사건 발생지가 해외인만큼 중정 해외파트가 관련됐으리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당시 중정 해외담당 차장으로 김형욱과 ‘회고록 출판 포기-금품 제공’ 협상까지 진행한 윤일균(이북5도 행정자문위원)씨와 관련해, 당시 파리 공사였던 이상열(당시 중정 프랑스 책임자)씨는 실종 사흘 전 만난 김형욱으로부터 “윤일균한테 무슨 연락이 온 게 없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윤씨는 94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상 계선조직에서는 지시를 받은 일도, 지시를 내린 일도 없다”면서 “설령 별도의 라인에 의해 공작됐다 하더라도 내 눈까지 피해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정 ·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 등 의심

“서울 근교 폐차장서 숨졌다” 주장도

최근 마피아등 청부살인설 유력제기


이상열씨와 김형욱은 평소 친분이 깊은 관계로 알려졌으며, 재미 언론인 문명자씨는 <내가 본 박정희와 김대중>이란 책에서 김형욱의 부인 신정순씨가 (유럽으로 떠나는 김형욱에게) “파리에 혼자 가느냐”고 물었더니 “이상열 공사가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씨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정보다는 청와대 경호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10·26 사건 당시 김재규를 변호했던 강신옥 변호사는 “나도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김재규 부장에게 여러차례 ‘김형욱 실종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질문을 했지만 ‘정말로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해 들었다”며 “박정희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에 불타던 차지철 경호실장 쪽일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문명자씨는 같은 책에서 김형욱이 서울 근교 폐차장에서 살해됐다는 주장을 폈다. 정일권 전 총리가 파리에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김형욱이 경복궁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지하 벙커를 통해 박정희 앞에 끌려갔고 ‘잘못했습니다. 죽여 주십시오’라고 빌었으나 폐차장 압착기 아래에서 최후를 맞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마피아 또는 야쿠자 청부살해설이 대두돼 주목되고 있다. 당시 중정 총무국장이었던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형욱은 갱단에 의해 죽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 소설가 이병주씨도 프랑스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한 <김형욱 최후의 날>이란 소설에서 사설탐정으로부터 들은 말을 근거로 청부살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정보기관 주변에서는 정보부가 관여했더라도 직접 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부 살인’을 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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