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5 17:52
수정 : 2005.02.15 17:52
경희대 정외과
강의실에서 교수님으로 오인받는 백발의 학생이 등장하는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처럼 76세에 대학을 졸업한 ‘할아버지 학생’이 있어 화제다. 15일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서두석씨는 입학 51년만에 학사모를 썼다. “전쟁통에 부산으로 피난간 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서울에 와서는 막 짓고있는 학교건물 옆 천막에서 공부를 했고요.” 서씨는 2학년때 아버지를 잃으며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입주 가정교사에 막노동까지 하며 고학을 해도 학비와 생활비를 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중퇴한 서씨는 전북 도청 공무원으로, 건설 관련 회사의 사장으로 자리를 닦았지만 공부를 마치지 못한 한은 여전히 남았다. “한이 돼서 재작년에 학교에 복학했습니다.” 이후 서씨는 매일 새벽 도서관에 출근, 수업을 들은 뒤 퇴근하며 “죽을둥 말둥” 공부를 했다. 지각·결석 한번 없이 열심히 수업을 듣는 서씨는 손자뻘 학생들의 귀감이었다. “공부하는 것이 별거냐 싶어 가족들한테 알리지도 않았어요. 학교를 그만둘때는 금방 다시 올줄 알았는데, 졸업하는데 50년이 걸렸네요.” 학사모를 쓴 서씨는 이야기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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