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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5 18:39 수정 : 2005.02.15 18:39

부상자 대부분 정신질환…
악몽 시달린 유족들 집 떠나기도

오는 18일이면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된다. 대구시는 참사 뒤 많은 예산을 들여 갖가지 대책을 세웠지만 아직도 ‘지하철 안전’은 멀기만 하다.

현재 대구시내를 운행하는 지하철 전동차의 절반 가량은 여전히 바닥이나 의자 등이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내장재로 돼 있다.

◇ 절반만 내장재 교체 =15일 현재 전동차 204대 가운데 내장재를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성으로 바꾼 전동차는 114대이다. 나머지 90대는 아직도 참사 당시와 동일한 전동차가 그대로 운행돼 불이 날 경우 바닥과 천장 등에 쉽게 옮겨 붙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시는 6월말까지 내장재를 모두 바꾸겠다고 밝혔다. 시는 2004년 2월 부터 224억원을 들여 전동차 내장재를 불연성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 2호선 민간위탁=대구시는 2호선 역사 가운데 일부를 민간에 넘겨 운영하고, 중정비를 제외한 전동차 정비 업무도 민간업체에 맡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구지하철 노조 쪽이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민간위탁은 대형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반발해 ‘시민중재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대구시가 민간위탁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 추모공원 조성=희생자 대책위는 대형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려면 추모공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2년째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로 추모공원 자리가 대구시 중구 수창공원, 수성구 삼덕동 등으로 바뀌면서 공원조성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최근 들어 달성군 화원동산 방재테마공원 안에 들어서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가 방재테마 공원에 500억원 이상의 국비를 지원해 줄지 결정되지 않았고, 대구시의 추모공원 조성 의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 휴유증 앓는 부상자=사고 후 입대한 20대 황아무개씨는 방독훈련을 하던 도중 실신해 병원에 실려갔다. 그는 결국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공익근무 요원으로 재복무하다 다시 병가를 내고 치료중이다. 20대 박아무개씨는 어둠이 두려워 항상 대낮처럼 실내를 밝혀둬야 하고 2~3일씩 잠못 이루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체중이 무려 40㎏이나 빠졌다. 이밖에 젊은 여성들은 생리불순 등을 겪고 있고 대부분의 부상자들은 스트레스 장애나 불안, 우울 증세 등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당시 부상자는 151명으로 이 중 현장에서 대피하다 쓰러져 뇌출혈 증세를 보였던 박창근(당시 59살· 대구시 달성군)씨는 치매 증세까지 보이다 지난해 3월 숨졌다.

◇ 사망자 가족들의 고통=고명딸(김지현·당시 16살)을 비명에 보냈던 김충국(43) 목사는 가족들과 함께 아예 대구를 떠나 경북 영천의 한 시골로 들어간 뒤 사슴을 키우며 살고 있다. 시내 학원에 수업을 받으러 간다며 나서던 딸의 모습이 어른거려 도저히 대구 옛집에서 살 수가 없었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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