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6 18:49
수정 : 2005.02.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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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형을 마친 뒤 다시 청송보호감호소에 갇혀 있는 감호자들은 16일 보호감호제 폐지 주장과 함께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검찰이 추진중인 ‘수형자 유전자 채취’에 스스로 응하겠다는 내용의 편지 30여통을 한겨레신문사에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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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채취 응할테니” 애절한 호소
[3판] “긴 수감생활 동안 사랑하는 아내한테 이혼을 당하고,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 자식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입니다. 하지만 죗값을 다 치르고도 언제 출소할지 모르는 기약없는 감호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보호감호제가 폐지될 수만 있다면 강력범을 상대로 한 유전자 검사에 스스로 응해서라도 하루빨리 딸들 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징역 3년형을 마치고 만기출소했으나 보호감호 7년을 받고 지난해부터 청송보호감호소에 다시 수감된 정아무개씨는 이런 사연을 16일 한겨레신문사에 보내왔다.
본사에는 지난 14일부터 정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청송보호감호소 감호자들의 편지가 잇따라 도착하고 있다.(사진) 16일 현재 30여통이 배달됐고, 지금까지 60여통이 감호소 밖을 나갔다는 게 감호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편지의 내용은 한결같다. 자신들의 출소가 꺼림칙하다면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검찰이 강력범 전과자를 상대로 추진하고 있는 ‘수형자 유전자 채취’에 스스로 응하겠다는 것이다.
“다신 죄 짓지 않겠다” 의지 밝혀
교도소와 감호소를 오가며 16년째 수감중이라는 김아무개(49)씨는 “악법 중의 악법인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해서라면 내 유전자를 기꺼이 국가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조아무개(58)씨도 “보호감호 처분을 두번이나 받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9년의 세월을 청송에서 보냈다”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각오로 유전자 채취에 동의한다”는 글을 보내왔다.
특수강도죄로 징역 12년형을 마치고 다시 3년째 보호감호를 받고 있는 한 감호자도 “죄의 굴레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유전자 채취에 열번이라도 응하겠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한겨레 편지보내기 운동’을 주도한 감호자 강아무개(41)씨는 <한겨레>에 전화를 걸어와 “머리카락과 손톱을 동봉하려 했으나 감호소 규정상 반출이 금지돼 편지만 보냈다”며 “유전자 채취가 인권침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두번 다시 죄를 짓지 않겠다는 각오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회보호법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0년 12월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대거 출소를 막기 위해 만든 것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폐지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감호자들이 한꺼번에 출소하면 혼란이 우려된다”며 경과규정을 둔 대체입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들의 출소는 당분간 어려워진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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