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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명의신탁 등 동원
회삿돈 멋대로 빼돌려 ‘재벌 2세 경영인에서 국회의원을 거쳐 영어의 몸으로.’ 17일 발표된 검찰의 공적자금 수사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석원(60·구속기소) 전 쌍용그룹 회장의 극적인 몰락이다. 김씨는 아버지(고 김성곤 회장)를 이어 그룹 총수에 오른 뒤 1995년 민자당 의원(대구 달성)으로 당선될 때까지 ‘잘 나가는 2세 경영인’이었다. ‘정경유착’ 논란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96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200억원을 관리해준 혐의가 드러났지만 처벌도 피해갔다. 98년에는 갑자기 의원직을 그만두고 “부실에 빠진 회사를 구하겠다”며 경영일선에 복귀해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수사결과를 보면, 김씨의 범죄 혐의는 6가지나 된다. 계열사인 쌍용양회가 소유한 42억원짜리 임야를 차명으로 헐값에 사들이는가 하면, 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영업권을 비서 명의로 만든 회사를 통해 싼값에 사들여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폭락한 자신의 계열사 주식을 쌍용양회에 비싼 값에 팔아 54억원의 이익을 남겼는가 하면, 쌍용양회 자금 178억원을 위장계열사에 지원토록 한 다음 그 돈을 빌려 개인빚을 갚는 데 썼다. 단순한 배임만도 아니다. 쌍용양회가 레미콘 공장용 개발부지로 사놓은 북제주군의 11억원짜리 임야 14만평을 부인 명의로 빼돌리고, 금융기관의 압류를 피하려고 자기 소유인 제주시 감귤농장과 서울 종로·이태원의 고급주택 5채(모두 합쳐 46억원)를 처남이나 비서, 운전기사 이름으로 명의신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회사 정상화를 명분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사실은 쓰러져가는 회사를 방치한 채 자기 재산 챙기기에 바빴던 셈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수사에서 밝혀진 서울 이태원동 주택 등 53억원 어치 김씨의 은닉재산을 모두 환수할 방침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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