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2.18 11:43 수정 : 2005.02.18 11:43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대구 중앙로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사고 없는 저 세상에서 고통 없이 편히잠드세요", "못다 이룬 스무살의 꿈, 천국에서 꼭 이루세요" '2.18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를 맞은 18일 대구에서는 2주기 추모식을 비롯해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비슷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행사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대구시민회관 광장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희생자 유족과부상자 가족들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유족들의 회한과 오열 속에 진행됐으며, 추도식장에 설치된 500여개의 의자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하얀 풍선으로장식됐다.

이 자리에는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지역출신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었다.

오전 이른 시간에 대구를 찾은 정치권 인사들은 개별적으로 분향소가 마련된 중앙로역을 찾아 헌화.분향한 것에 이어 행사 시작 전 추도식장에 도착해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행사장을 지켰다.

희생자 192명의 위패가 모셔진 단상 앞에서 추모 연주 및 진혼북 울림으로 시작된 추모식은 묵념과 초혼 행사, 종교 의식, 헌화 및 분향 등의 순으로 약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특히 행사가 시작된 직후인 10시를 전후해 행사장에 유족들의 슬픔을 씻어 주려는 듯 보슬비가 내리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하얀 비닐로 된 비옷을 입고 자리를 지켜추모 분위기를 더욱 숙연케 했다.

계명대 음대 1학년에 재학 중 희생된 고(故) 장정경 양의 어머니 임연지(45)씨가 "언제나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생각은 살아남은 자들의 부질없고 원통한 독백이 돼버렸다"며 편지글 형식의 추도사를 읽어가자 유족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어 "살아남은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열심히 투쟁하고 있으며, 숨을 쉰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며 임씨의 추도사가 계속되자 일부 유족은 한맺힌 설움에 북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해 자리를 벗어나기도 했다.

참사가 발생한 시각인 9시 53분에는 대구 전지역에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추모 사이렌이 1분 동안 울렸고, 시민들은 길거리와 사무실.가정에서 숙연한 자세로숨져간 이들의 넋을 위해 기도했다.

사고가 났던 중앙로역 바로 위에 있는 아카데미극장 앞 환풍구에는 희생자 192명을 상징하는 촛불 192개가 밝혀졌다.

'생명의 별밭'으로 명명된 이 곳에는 연꽃모양의 촛불 주위로 시민들이 가져다놓은 하얀 국화 수백송이가 놓여 있어 추모 분위기를 더 했다.

앞서 17일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사 내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유족과 부상자 뿐만 아니라 출근길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고 시민들이헌화한 흰 국화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또 역사 기둥에는 시민들의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있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위해 2년 전 참사 발생 직후 그랬던 것처럼 추모 글이 나붙었다.

희생자 유족.친구들은 메모지에 각자의 사연과 희생자들과 생전에 가졌던 추억등을 빼곡이 적어 놓았고 이 가운데는 읽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애절한 사연들도 많았다.

이날 오후 3시 대구시청 앞에서는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구지하철노조 등이 참사 때 희생된 7명의 노동자를 위한 '지하철참사 희생노동자 추모제'가 별도로 마련됐다.

행사 참가자들은 참사당시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서도 1명의 시민들이라도 더 대피시키기 위해 끝까지 현장을 지켰던 중앙로역 역무원 고 정연주(당시 35)씨 등 역무원 4명과 비정규직 노동자로 힘든 삶을 서글프게 마감한 청소용역원 고 김정숙(당시 57.여)씨 등 3명의 혼을 달랬다.

이 밖에도 정오를 전후해서는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동차 관련 업체 등이 중심이 돼 마련한 '안전한 지하철 만들기 시연회'가 열렸고 오후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는 '그날의 아픔을 넘어서'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마련되는 등 참사 2주기를 맞은 이날 대구에서는 추모를 위한 각종 행사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

(대구=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