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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1 18:37 수정 : 2005.02.21 18:37

로스쿨 도입·시민단체 대법관 추천등 비판
“법조계 합의 개혁안 부정은 자기모순”지적

새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선출된 천기흥(62·사시 8회, 사진) 변호사가 시민단체의 대법관 추천과 로스쿨 도입 등 사법개혁위원회의 개혁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서울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제43대 변협회장으로 선출된 천 변호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시민단체가 판결 몇 개를 가지고 (법관을) 개혁이나 보수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판결 몇 개 이상하게 썼다고 해서 개혁이다, 여성이나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대법관으로 괜찮다는 식으로 기준을 정해서는 안된다”며 시민단체들의 대법관 추천을 비판했다. 협회장 자격으로 2년 임기 동안 9명의 새 대법관 인선을 위한 제청자문위원회에 참여하게 될 천 회장은 “대법관 제청 때마다 언론이 ‘보수냐, 개혁이냐’는 이분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20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이라면 그 사람이 대법관감인지 아닌 지를 알 수 있는 그런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사법부 인적 구성에 소수 엘리트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참여 움직임에 법조 전문가 단체가 폐쇄적인 반응을 보여 안타깝다”며 “변협이 직역이기주의를 위한 폐쇄적 조직으로 운영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또 이날 발표한 취임사를 통해 “국민의 이름을 빌려 특정집단이 이익을 얻거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방식은 개혁이라 할 수 없다… 법조일원화, 국민의 사법참여, 법률시장 개방 등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 아니라 어느 정파와 집단을 위한 개악”이라며 사개위의 사법개혁에도 날선 반응을 보였다. 천 변호사는 “사개위의 사법개혁이 대부분 대법원이 주도권을 쥐고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근거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개악이라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해일 수도 있지만 많은 회원들이 그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그동안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던 대법원과 법무부가 어느날 갑자기 로스쿨 도입을 찬성하고 나왔는데, 그 부분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개위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법조일원화나 참·배심제, 로스쿨 도입 등도 변호사 사회 내부에서 찬반 양론이 있는 사안이며, 대법원이 주도한 사개위가 내놓은 개혁안들은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모아 조심스럽게 마련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정치적인 해석을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천기흥 대한변협 회장 취임사

법조 전체가 가장 어려운 때인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여러분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한변협의 위상을 바로잡고 변호사 긍지를 세우고 권익 수호에 앞장서겠습니다.

요사이 우리 법조사회는 사법개혁 회오리에 갇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 개혁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참여해야 하는가가 이 시대의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직역 이기주의를 고집할 수도 없습니다.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무엇인가 하는 시각차가 문제입니다.

국민의 이름을 빌려 특정집단이 이익을 취하거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것은 개혁이라 할 수 없습니다.

로스쿨만 해도 그렇습니다. 7년제 법과대학원을 만들어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데, 연간 수천만원 수업료는 누가 부담합니까. 입만 열면 이공계가 중요하다면서도 법학도서관과 모의법정 만들기 위해 수백억 쏟아붓는 게 개혁입니까. 변호사 대량 생산이라는 은폐된 목적을 위해 엉뚱하게 미국식 로스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법률시장 개방, 국민의 사법참여, 법조 일원화 등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 아니라 어느 정파와 집단을 위한 개악이 될 것입니다.

올바르고 합리적인 개혁에는 적극 동참하겠지만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닌 부당하고 불합리한 것은 이를 거부하고 우리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입니다.

변호사의 생존권도 함께 논의되고 반영돼야 할 것입니다.

국가사회는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 등 공공성 지닌 변호사의 공익적 헌신만큼 그 지위를 보장해줘야 할 것입니다.

변호사의 생존권을 무시하면 변호사 직역만 몰락하는 게 아니라 양질의 법률서비스도 무너지게 됩니다. 변호사 생존이 공익성을 높이는 것으로, 변호사를 대량 증원이나 높은 세원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익성과 생존이 동시에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들머리 발언] “정권에 대한 감시·비판와 변호사 권익수호”

출마 동기는 현 변협의 활동이나 방향이 많은 회원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운영방식을 바꾸고, 정도를 가는 대한변협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터잡아 공약을 마련했다. 먼저 법률가단체로써 변협의 정권에 대한 감시·비판 기능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 기능을 잃어버리면 ‘짠 맛을 잃어버린 소금’이 된다. 정치권력의 잘못이 있으면 비판하는 변협 본연의 모습을 찾겠다는 것이다.

다음이 우리 직역과 변호사의 권익을 수호하는 것이다. 로스쿨이나 법률시장 개방 문제는 단순한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라 변호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사개위 개혁과제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로스쿨이다. 법조인 양성제도가 법조의 기본이므로 변호사 의견을 반영해야한다고 확신한다. 정원 문제를 대법원이 “1200명을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원을 늘이는 것은 이런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왜 많이 뽑자는 것인가. 이는 곧 로스쿨 도입에 다른 목적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의 인가 문제도 마찬가지다. 단순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인가 문제는 변호사회가 관여해야 한다. 대학교수가 교육을 맡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로스쿨이 지금의 법학교육의 문제점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은 좋지만 국민을 위한 그 개혁에 다른 뜻이 숨어 있어서는 안된다.

법률시장 개방은 변호사들에게는 농산물 시장 개방보다 더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법률시장이 개방된 뒤 대형로펌 10개 가운데 9개가 파산했다.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우리 변호사들은 경쟁력이 없다. 언어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게 다 법학교육에서 나온 문제들이다. 법률시장이 초토화되면 수가가 높아지고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직역수호는 직역이기주의가 아니다. 결국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또 변호사의 권익 신장에 노력하겠다. 사법시험 1000명 시대에서 젊은 변호사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절박하다. 얼마 전에는 자살한 변호사도 있었다. 경제규모가 늘수록 사건이 는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변호사 수가 10% 늘고 있지만 사건 수는 10%씩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에게 공익성과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게 괴롭다.

민주적으로 변협을 운영하는 등 폭넓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물론 “역대 회장들이 그들의 공약대로 실천했다면 ‘변호사 천국’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일문일답]“로스쿨 운운하면서 왜 정원을 늘리자고 하는가”

-로스쿨 도입 관련해서 ‘다른 뜻’ ‘다른 목적’을 자꾸 언급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로스쿨제 도입 목적은 법대 교육의 정상화에 있는데 왜 정원을 늘리자는 것인가. 차라리 3000~5000명씩 뽑자고 그렇게 말하는 게 정도다.

-새 변협회장으로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에 참여할텐데, 대법관 제청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대법관 제청 때마다 보수냐, 개혁이냐를 언론이 먼저 따지는 것 같다. 보수나 진보가 뭔지 잘 모르겠다. 어떤 기준으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다. 시민단체에서 개혁이나 보수를 판단하는 건 그 사람이 한 판결 몇 개 때문이다. 보수·진보가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것인가. 보수가 아무 것도 못 바꾼다는 게 아니지 않은가. 언론에서 이분법적으로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

=법조에서 법조기자 생활을 오래 하면 한 사람을 지목했을 때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법조인도 마찬가지다. 2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한 사람 가운데 누구를 대법관 후보로 지목하면 대법관 감이 된다, 안된다는 그 정도 ‘감’은 다 갖고 있다. 그게 중요하다. 인격·실력도 보게 된다. 그런데 판결 몇 개 이상하게 썼다고 해서 ‘개혁이다, 여성이어서, 나이가 어려서 된다’는 식으로 기준을 정해서는 안된다.

-최근 신문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되기도 했는데, 4대 쟁점 법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법안들은 서울변호사회장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참여인원이 너무 적어 공개하지 않았다. 전체 변호사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겠다.

-‘공감’이라는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은 월급 170만원을 받고 공익적 법률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공익적인 법률구조를 위한 변협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당연히 해야 한다. 전문지식 가진 변호사를 지원하고 엉터리 변호사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저렴한 서비스를 원할 텐데 사실 우리 국민 가운데 고도의 법률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은 1% 정도이고, 99%의 국민들은 사법서사 정도의 서비스에 만족한다. 법률구조는 변협에서 기금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무료 법률서비스의 유료화’를 주장했는데?

=무료 법률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에 일본 변호사들은 깜짝 놀라는데 일본인들은 고액 수임료에 속지도 않는다고 한다. 상담을 유료로 해야 국민들의 법 인식이 달라지고 변호사들의 생계에도 도움이 되며 질서도 잡힐 것이다. 물론 공익소송 지원을 활성화할 것이다.

-정권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정부와 대립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럴 능력도 의사도 없다. 다만 법조인 단체는 시민단체와는 달라야하고 그런 카테고리에서 활동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단체의 생명력은 비판이다. 잘 한다고 칭찬하는 일은 변호사단체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나 국회나 못하는 일이 있으면 이를 법률적으로 잘못했다고 비판하면 된다.

-사개위의 사법개혁이 대법원이 주도권을 쥐고 대법원의 구상대로 이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협회장께서는 “특정정파와 집단의 개악”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게 말한 건가?

=내용은 모르겠으나 많은 회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오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문제제기가 있어 말하는 거다.

-구체적으로 사개위의 어떤 결과를 놓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법조일원화, 국민의 사법참여, 대법원 상고허가제도가 그렇다. 그런 문제를 크게 느끼는 건 로스쿨 문제다. 대법원에서 전에는 반대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로스쿨 도입 찬성했다. 거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 법무부도 원래 로스쿨에 반대하고 법학대학원 도입을 주장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찬성하고 나섰다. 어떻게 하루 아침에 종전 주장을 바꿀 수 있는가. 그 부분에 대해 우리에게 납득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런 변화가 특정 정파와 연관 있다는 건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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