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22 17:21
수정 : 2005.02.22 17:21
[동영상]영화처럼 떠나간 이은주, 그녀가 남긴 영화이야기
“연기 힘들어” 최근 우울증…
‘주홍글씨’등 출연 드라마 <불새>,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주홍글씨> 등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던 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은주(25)씨가 22일 오후 1시10분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새벽 6시까지 함께 사는 오빠,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방에 들어갔으며, 오후 1시가 넘도록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히 여긴 이씨의 오빠가 옷방에 들어가 보니 이씨가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씨의 유서에는 “엄마 미안해.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 돈이 있음 좋은데, 돈을 벌고 싶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이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엄마 미안해, 사랑해”라는 혈서도 발견됐다. 또 이씨의 노트에는 “인간사도 이제 지겹습니다. 자존심도 바닥을 쳤고 더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런 모습 더이상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벌써 2월이 중순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씨가 지난해 10월 개봉한 <주홍글씨> 이후 연기활동을 쉬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식사를 거의 하지 않고 잠도 잘 못 자는 등 심한 우울증 증세를 앓았다고 한다. 12월 들어 스포츠센터에도 나가고 청룡상 시상식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새해 들어 증세가 심해지면서 최근 “연기 활동이 너무 힘들어서 더 못할 것 같다”는 말을 주변 사람에게 해왔다는 것이다.
지난 3일에는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으며 “만사가 귀찮고 기억력·집중력이 떨어지고 밥맛이 없다. 하루에 1시간밖에 못 잤다”고 호소했으며, 2주일치 우울증 완화제와 함께 치료 권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인추모단 차승재 대표(싸이더스 대표)는 자살 동기와 관련해 “자기 직업에 대한 고민의 강도가 다른 연기자들보다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의 정확한 자살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 중이며, 이씨의 주검은 분당 서울대병원에 안치됐다.
이씨는 1997년 텔레비전 드라마 <스타트>로 데뷔했으며 99년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인기를 얻은 뒤 영화 <송어>(99년)에 출연했다. 그 뒤 <오! 수정> <번지점프를 하다> <태극기 휘날리며> <주홍글씨> 등에 출연하며 인기 여배우로 위치를 굳혔다. 임범 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