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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3 18:48 수정 : 2005.02.23 18:48

‘여성 연예인’ 옥죄는 안팎시선
연기부담 맞물려 스트레스 증폭

인기 정상의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이은주씨는 왜 자살했을까.

그동안 많은 작품들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아 왔고, 지난해 드라마 <불새>를 통해 최고 인기 연기자 중 한사람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씨의 갑작스런 자살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장 최근에 출연한 영화 <주홍글씨>에서의 노출 연기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씨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전에 출연했던 <오! 수정>에서도 과감한 노출연기를 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이씨가 뒤늦게 자살에 이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보다는 이씨가 여자 연기자로서의 삶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중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이씨는 지난 3일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를 찾아 ‘만사가 귀찮고 기억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밥맛이 없다. 하루에 1시간밖에 못잤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여성 연예인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으며, 그로 인한 정신과적 질환을 앓는 경우도 많다고 말하고 있다.

한 영화제작자는 “여자 연예인들은 상대적으로 인간관계가 폐쇄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고 편하게 스트레스를 풀 만한 방법도 없다”며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남자보다 여자라는 것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시선에서도 많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 제작자는 “연기자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남에게 선택을 받는 직업’이고, 인기나 출연작의 성과에 따른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덧붙였다. 한 남자 중견 연기자는 “연예인들 대부분이 어디가서 마음대로 술 한잔 제대로 못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자신을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견디지 못하는 여자 연기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2003년 호텔에서 투신한 홍콩 영화배우 장궈룽이나 1996년 자신의 집에서 자살한 가수 김광석씨 등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스타 스트레스’가 자살의 원인이었다는 이야기다.


이은주씨의 경우 일에 대한 강한 욕심을 갖고 있었으나 스스로 이에 못미친다고 생각한 것도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는 “주변 얘기를 들어볼 때 <주홍글씨>에서 캐릭터가 센 역을 맡고 나서 그 역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 같고 그로 인해 우울증이 더 심해진 것 같다”며 “<주홍글씨>에서 자신이 연기를 잘했는 지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이씨가 한 남성과 가까운 사이로 지내면서 이와 관련한 고민도 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이씨의 자살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씨는 “아직 완전한 자기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스물다섯살이라는 나이에 대중의 직접적인 시선과 비난, 평가에 그대로 노출된 삶을 사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을 것”이라며 “이씨의 자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할 수는 없지만 그런 심리적인 고통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몰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것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 자살 사건을 조사중인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이 사건을 일반 변사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연예활동 도중 빚어진 우울증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분당 서울대병원에 안치된 이씨의 장례식은 24일 오전 9시 치러질 예정이다. 이형섭, 성남/김기성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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