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24 18:18
수정 : 2005.02.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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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도시 특별법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24일 오전 상주하고 있는 정부 부처 대부분이 이전하게 될 과천 정부청사 인근에 과천시의회에서 제작한 정부청사 이전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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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민단체 반대투쟁 나서
“만들 땐 언제고… 20여년 만에 도시 하나를 폐쇄한다니 말이 됩니까?”
24일 경기 과천시는 도시 전체가 ‘공황’에 빠져 있었다. 오전부터 과천시청 앞에 몰려든 시민들은 여야 합의로 사실상 정부과천청사 전체를 옮긴다는 사실에 위기감과 실망이 가득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또 거리 곳곳에 정부청사 이전을 반대하는 대형 펼침막이 내걸리기 시작하면서 시민들의 술렁임은 더해갔다. 시청 민원실을 찾은 한 시민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 기무사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분개하고 있었는데, 이제 정치논리로 과천을 지탱해온 정부 기관을 빼내 가겠다고 하니 정말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 시청 안에서는 이날 여인국 과천시장과 곽현영 시의장, 백남철 정부과천청사 이전반대 특별위원장 등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의 정치적 야합을 규탄한다”며 한목소리로 이전을 반대했다. 과천시의 역사는 1982년 최고의 행정·전원도시를 만들겠다며 중앙동 36만㎡(11만9천평)의 터에 지상 7~8층짜리 중앙정부 건물 5개동을 올리면서 시작했다. 그때부터 늘어난 인구가 현재 7만여명에 이른다.
이번 결정대로 11개 정부 부처가 모두 옮겨가면 과천에서는 공무원 5400여명과 일용직원 5천여명, 그 가족 1만~2만명을 포함해 모두 2만~3만여명이 떠나게 된다. 또 하루에 과천청사를 찾는 민원인구 2천명도 더는 과천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
특히 주요 고객이 과천청사 공무원들인 450여곳의 과천시내 음식점들은 청사 이전이 본격화할 경우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천청사 공무원들의 단골식당인 갈현동 ㄱ식당 주인 최정락(44)씨는 “과천청사 이전은 음식점 주인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충격을 완화시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천시 음식업지부 회원 400여명은 이른 시일 안에 총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과천시와 시민단체들은 24일 국회와 열린우리당·한나라당사 앞에 집회신고를 낸 데 이어 오는 28일부터는 본격적인 과천청사 이전 반대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여 시장은 “정부청사를 옮기는 것으로 수도권 과밀이 해소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잘못된 발상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천시와 시의회, 시민단체 등은 여야가 합의한 행정중심 복합도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과천/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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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 남면은 지난해 행정수도 건설 예정지로 발표났을 당시 들 뜬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조용했다. 연기/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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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뀌지는 않을지… ” 한숨돌린 주민 “감시할 것 ”
행정중심 복합도시의 한복판이 될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리 전월산을 비추는 24일의 아침 햇살은 어느 날보다 따사로웠다.
이날 연기군 주민들은 지난해 10월21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뒤 느낀 좌절과 분노를 어느 정도 삭이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지난 1년여 동안 충청 주민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과 위헌 결정에 이어 후속대안 합의 과정을 지켜보며 웃고 울었다.
전날 여야 합의 소식을 들은 연기군 남면 주민 20여명은 모처럼 늦은 아침을 먹고 비대위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양화리 이장 임백수(49)씨는 “아쉽지만 일단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첫 삽을 뜬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참된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행정수도 건설 추진이 지속돼야 한다”며 “이를 계속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전을 예상해 농협 등에서 빚을 내 대토를 사들인 농민들도 한시름 놓는 표정이었다. 실제 위헌 결정 뒤 이전 평당 15만원이던 이곳의 토지거래는 발길이 ‘뚝’ 끊겼다. 연기군 남면 비대위는 “농사짓는 사람들에 대한 토지보상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주민들 표정 속엔 불안감도 비쳤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23일 여야 합의에 반대해 국회에서 농성중인 것도 이들을 안심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솔직히 느낌이 없다. 언제 바뀔지 모르지 않느냐”며 정부 정책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안원종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행정중심도시가 제대로 추진되는지 감시운동을 계속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지속추진 범충청권협의회는 이날 “신행정수도 건설의 애초 취지가 훼손된 것은 유감”이라며 “그러나 여야가 타협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 만큼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충청권 3개 시·도 400여개의 시민단체가 망라돼 위헌 결정 뒤 ‘충청권의 입장’을 대변해온 이 단체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나 국론분열은 지역적으로나 국가 전체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래의 취지에 따라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홍철 대전시장과 심대평 충남지사, 이원종 충북지사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도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수용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은 “정부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이 국가 균형발전뿐 아니라 국가경영의 틀을 새롭게 짜는 초석이라는 점을 깊이 받아들여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질없이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연기/손규성 송인걸 기자
sks219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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