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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본사 92% ·명문대 65% 수도권 몰려
여야가 ‘행정중심 복합도시안’(이하 행정도시)에 최종 합의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 균형발전의 첫단추를 끼운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2부4처2청 등 49개 중앙정부 기관을 옮기는 행정도시는 헌재 위헌 결정 전의 행정수도의 인구 분산 효과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중앙 부처의 3분의 2 가량을 옮기는 대사업이다. 이전 공무원은 1만여명으로 이들의 가족까지 합칠 경우 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중앙부처가 이전함에 따라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등도 지사를 설치할 경우 인구 30만~50만명의 ‘자족도시’를 만들기 위한 기본 조건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위는 행정도시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출이 청사 건설비용만 2조3천억원, 공공시설 건설비용 5조7천억원 등 8조5천억원, 민간에서 참여하는 건설사업 비용이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가 정부 부담 비용의 상한선을 8조5천억원으로 정해놓아 광역교통시설 건설비 3조원은 민자를 유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애초 이 사업이 지역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추진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행정도시 건설은 그 첫발을 내디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재 공공기관 180여곳의 지방 이전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함께 3대 중추기능인 기업·대학의 이전이나 분산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공공기관 이전 = 단기적 인구 분산효과에서는 중앙부처보다는 정부 산하·투자·출자·출연기관 이전이 더 위력적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최근 “수도권 소재 180~200여 공공기관의 이전 계획을 3월께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관을 행정도시 건설과 함께 추진할 경우 100만명 이상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산된다.
이원호 성신여대 교수(지리학)는 “행정도시 건설이 상징적이라면 공공기관 이전은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행정도시 착공 시점이 확실치 않을 경우 공사 등 일부 산하기관에서 이전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대학 이전 = 정치·경제의 수도권 집중이 표면적인 현상이라면, 그 바탕에는 명문대의 수도권 집중이 깔려 있다. 2000년 <중앙일보>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명문대 가운데 65%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형편이다. 박동 국가균형발전위 정책실장은 “충남 천안 이남의 대학은 현재 거의 파탄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3년 시·도별 대학 미충원율을 보면 전북 29%, 전남 27.4%, 경북 26.7%, 강원 21.9% 등이었다. 반면, 서울 소재 대학의 미충원율은 0.67%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총선 때 민주노동당과 교육·시민단체들이 제시한 국·공립대 통폐합안은 균형발전의 큰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를 네트워크화해 공동학위를 주는 이 방안은 수도권 명문대의 지방인구 흡인작용의 고리를 깨는 효과가 있다. 김상봉 문예아카데미 교장은 “국공립대 통폐합은 서울대라는 명문대를 지방과 공유함으로써 지방 인재를 묶어둘 수 있다”며 “교육 분야에서 ‘수도 이전’과 같은 상징적 조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위는 이를 지방대 육성 차원에서 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지방대 육성을 위해 비수도권 대학에만 지원되는 누리(NURI) 사업에 22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엔 2300억원을 편성했다. 박동 정책실장은 “현재로서는 대학의 지방 이전은 비현실적 방법이며, 지역의 특성화 산업 인력을 지방대가 배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 기업 이전 = 100대 기업 본사의 92%, 기업부설연구소의 72%, 벤처기업의 77%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하지만 기업 이전도 대학처럼 지방 이전을 강제할 만한 수단이 없다. 대신에 정부는 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과 지방 이전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우회적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도시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기업도시 개발특별법에 따라 건교부가 다음달 중순 2~3개의 시범지구를 선정해 사업에 들어간다. 매년 1~2곳의 기업도시 후보지가 선정될 예정이다.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지리학)는 “정부기관 이전 효과를 통해 민간기업의 이전을 기다리는 동시에 여러 지원책을 함께 사용해 장기적으로 토착기업을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남종영 유선희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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