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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김석진씨가 36개월째 대법원에 계류중인 자신의 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판결을 요구하는 나홀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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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일째 상경시위 “상대 변호사가 대법관 출신이라던데”
“3년 넘게 기다렸는데, 주심 대법관이 선고도 안하고 퇴임하는 이유가 뭔가요? 왜 재판이 늦어지는 지 이유라도 알 수 있다면 이렇게 서럽지는 않을 겁니다.” 현대미포조선 해고노동자 김석진(45·사진)씨는 24일에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재판을 빨리 끝내 달라”고 1인 시위를 했다. 기다리다 못해 울산에서 상경해 시위를 한 지 51일째다. 김씨 사건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지적됐고, 딱한 김씨의 사정이 언론(<한겨레> 2004년 11월 15일치 8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가 3년 넘게 목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던 주심인 대법관은 결국 김씨 사건을 외면한 채 오는 28일 퇴임한다. 김씨는 “새 대법관이 다시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선고를 하려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김씨는 대법관의 퇴임식이 열리는 28일로 1인 시위를 접고, 울산으로 귀향하기로 했다. 지난 1997년 노조활동을 하다 명령 불복종으로 해고 당한 김씨는 1999년 말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냈다. 2년 만에 1심(울산지법)과 2심(부산고법)에서 모두 복직 판결을 받았으나, 회사가 재판 결과에 불복해 2002년 2월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회사 쪽은 상고하면서 대법관을 지낸 변호사를 선임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대법원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재판이 어떻게 돼가는 지 알고 싶었지만, 대법원은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내일이라도 복직 판결이 나면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직장을 얻지 못했고, 화장품 외판원을 하며 두 딸과 함께 근근히 버티고 있는 아내를 쳐다 볼 수 없을 지경이 됐다. 김씨는 “회사가 각종 자료를 제출하면서 시간을 끌 수 있는 게 대법관 출신 변호사 때문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상고심을 5개월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꼭 지켜지지는 않더라도, 다른 복잡한 사건이 1~2년 안에 끝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회사 쪽이 선임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이번 사건의 주심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이 때문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23일 대법원의 국회 법제사법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씨의 상고심 진행 도중 대법관 출신의 변호인을 선임하면서 3년 이상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조사해보니 김씨의 경우처럼 대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이 접수된 게 2001년까지 모두 6건이었는데, 대법원의 평균 재판 기간은 1년3개월이었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의 지적을 받은 손지열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3년은 다른 민사사건에 비해 길고, 이례적인 것 같다”며 “재판부에 지적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듣고 있던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 의혹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니, 이번에는 아예 속기록을 서면으로 재판부에 전달하라”며 대법원의 ‘직무유기’를 꼬집기도 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판중인 사안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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