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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5 17:14 수정 : 2005.02.25 17:14

최근 우리 사회에서 ‘뉴라이츠’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래 시장 질서의 확산을 지상 과제로 삼는 보수주의 사조를 뜻하는 말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주로 386세대로서 이념적 지향을 자유주의로 바꾼 경우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20세기 전체에 걸쳐 고전적 자유주의의 사표로 활동한 러셀(Burtrand Russell)을 통해 뉴라이츠의 건강성을 반성해 보았으면 한다.

러셀은 탁월한 이론가이기에 앞서 평화운동과 반핵운동을 선도한 실천적 철학자였고, 이 때문에 1950년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98살이라는 긴 인생 여정에서 철학, 수학, 과학, 윤리학, 사회학, 교육학, 역사학, 종교학, 정치학 등의 영역에 걸쳐 물경 40권이 넘는 책을 발간했으며,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사회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자유주의적 무정부주의자이자 회의주의적 무신론자로서 항상 열렬히 평화운동의 대열에 섰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벌인 평화운동 때문에 조국인 영국의 트리니티대학에서 해고 당하고 6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했던 러셀은, 볼셰비키 혁명 뒤 소련을 방문해 전제정치의 폐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평화와 자유를 향해 양심을 지키는 러셀의 이런 고전적 자유주의 신조는, 국가보안법과 같은 전제적 사회 질서에 미련을 갖는 우리 사회의 일부 뉴라이츠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러셀의 자유주의는 단순히 공허한 이념이 아니라 엄격한 사실주의에 기초한다. 그는 훗설이나 프레게와 함께 논리학이 심리주의나 상대주의로 빠지는 것을 비판했다. 특정 인종이나 문화 또는 언어에 따라 논리적 진리가 바뀔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논리학은 객관적 진리 개념에 근거하고, 객관적 진리는 객관적 사실에 부합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런 주장은 그의 주요 저서인 <수학의 원리>를 통해 분석철학 창시로 이어지며, 제자인 비트겐슈타인과 함께 논리적 원자론으로 나아간다. 논리적 원자론에 따르면, 복잡한 현상 세계나 우리의 일상 언어도 결국 원자적 사실이나 원자적 명제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의 원자 사실과 원자 명제는 1 대 1로 대응된다. 예를 들어 ‘이 사과는 빨갛다’는 명제는 그 뜻을 훼손시키지 않는 한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원자 명제이며, 이는 또한 직접적인 사실과 일치할 때만 진리다. 이처럼 논리적 명제와 객관적 현실이 대응한다는 그의 주장은 결국 언어가 실재를 반영한다는 생각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상훈 대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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