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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8 19:22 수정 : 2005.02.28 19:22


△ (사진설명) 1963년 6월3일 이른바 ‘4대 의혹사건’의 하나인 증권파동사건의 첫 군사재판에 참석한 피고인들. 그러나 박정훈 소장을 재판장으로 한 보통군사재판부는 6월27일 선고공판에서 “금통위의 한도외 융자가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합동연감>

밝혀야 할 국정원 과거 <6> 정치자금

2급비밀. 1993~1997년 안기부 감사관실에서 근무하다 사직하고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정병주(48)씨가 지난 98년 국정원의 방해로 출판하지 못하자 한때 인터넷에 올렸던 책 제목이다. 국정원의 예산 등 거의 모든 정보가 2급비밀로 분류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청와대 지원’ 등 통치자금 예산서 배정
97년까지도 선거때마다 기업 상대 ‘수금’
3공땐 군납조합등 이권개입해 자금 마련

정씨는 이 책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96년 안기부 예산 5596억여원 가운데 직원봉급과 사업비로 쓰고 남은 돈 1062억원 가운데 200억원은 직원들 퇴직금으로 돌리고, 848억원은 정치자금으로 빼냈으며 14억원만 남았다고 재경원에 반납했다”고 말했다. 정치자금은 4·11 총선을 앞두고 2~3월 여론조사비로 6차례에 걸쳐 25억원을 빼내 김기섭 기조실장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에게 갔고, 3~4월에 아무 근거없이 정책사업비 명목으로 409억원을 빼냈고, 12월에 2차례에 걸쳐 역시 정책사업비로 414억원을 빼냈다는 것이다. 848억원은 그해 안기부 예산의 15.2%에 이르는 액수다.

이권 개입=국내 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했던 60년대 초반 중정은 직접 이권에 개입해 자금을 마련했다. 새나라자동차, 워커힐, 파친코, 증권파동 등 이른바 ‘4대 의혹사건’으로 조성된 자금은 공화당 창당자금과 중정 운영자금 등으로 쓰였다. 또 <김형욱 회고록>과 중정 감찰실장을 지낸 방준모씨의 증언을 실은 <비록 중앙정보부>를 보면, 1963년 김형욱 중정 부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군납조합을 만들었다. 미군군납 총액이 몇억달러에 이르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덤핑을 유발해 주한미군 군납예산을 모두 빼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덤핑방지기구를 만든 것이다. 방 실장이 직접 운영한 군납조합은 건설·물품·용역분야 군납업자들의 이권을 ‘교통정리’하면서 1달러당 3원씩 커미션을 받아 일부는 박 대통령에게 보내고 일부는 중정 자금으로 쓰거나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안기부 출신의 한 인사는 “3공 때까지는 중정이 군납조합 외에도 직접 암달러상까지 운영하면서 정보도 얻고 돈도 벌었다”고 말했다.

기업에 “돈 내라”=선거 때 등 자금 수요가 커질 때는 국세청은 주로 민간기업들을, 정보기관은 주로 공기업들을 상대로 ‘수금’에 나섰다.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결과 87년 대선을 앞두고 성용욱 국세청장과 안무혁 안기부장이 기업을 압박해 걷은 금액은 114억여원에 이르렀다. 92년 총선 때는 농협이 안기부 지시로 비자금 3억5천여만원을 조성한 뒤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 1백10명과 기초의회 의원 등 모두 128명에게 2백만~3백만원씩을 제공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또 96년 총선 때는 기아 김선홍 회장이 오정소 안기부 1차장의 요구로 기아 출신 이신행 후보에게 18억원을 전달했고, 97년 대선 때는 안기부의 요구로 한국통신과 한국중공업이 각각 1억원과 2억원을 한나라당에 건넨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통치자금’=정보기관 예산은 ‘국가안보’라는 명목 아래 외부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을 이용해 국민 세금이 정치자금 등 대통령의 이른바 ‘통치자금’으로 쓰였다. <2급비밀>을 쓴 정씨는 96년 예산 횡령 외에도 “92년 엄삼탁 기조실장 때 967억원 이상이 청사신축특별회계에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으며, 정치자금으로 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 안기부 관계자들은 당시 예산에 청와대 지원 예산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초 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할 때 이종찬 국정원장이 ‘관행’이라며 국정원 예산에서 여비 5만달러를 가지고 갔다가 야단을 맞고 그해 말 이른바 ‘통치자금성’ 예산 180억원을 반납한 사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청와대 지원 예산을 포함한 ‘통치자금’의 규모와 관련해 80년 신군부 핵심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권 장악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하면서 자금문제에 봉착하자 우선 중앙정보부가 통상 사용해온 ‘통치자금성’ 예산을 끌어다 쓰기로 하고 국보위 창설자금 명목으로 100억원, 보안사령관실로 20억원을 가져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120억원은 그해 중정 예산 800여억원의 15%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주머니 돈이 쌈짓돈=정보기관의 돈은 통치자금 외에도 여러 용도로 쓰였다. 2001년 안기부 예산 선거지원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995년 정무수석실 산하에 노동언론문제연구소를 만들면서 안기부에서 2억원을 지원받았고,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과 김기섭 운영차장으로부터 95~96년 다달이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을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낸 가네코 가오리(43·한국명 주현희)씨의 어머니 이경선(70)씨는 2000년 <로스앤젤레스 선데이저널>과의 인터뷰에서 “93년 가을부터 김 전 대통령 퇴임 직후까지 김기섭 실장으로부터 모두 23억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1998년~2000년 모두 18차례에 걸쳐 국정원 예산에서 2억2790만원을 10만원권 수표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2003년 1월에는 김옥두 전 민주당 의원이 경기도 분당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 3채를 분양받으면서 국정원 계좌에서 인출된 ‘국고수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들한테서 용돈 명목으로 3500만원을 받았고,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심재륜 변호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97년 김현철씨를 구속한 한보 재수사 당시 안기부 관계자가 ‘부장님(권영해)이 수사비에 쓰시라고 보낸 것’이라며 거액의 수표다발을 들고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검찰은 또 96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산 채권의 자금추적 과정에서 안기부 계좌에서 나온 돈이 일부 채권을 사는데 쓰인 사실을 확인했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97년 고합 장치혁 회장을 통해 동생 영호(도피중)씨에게 10억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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