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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예산을 총선 및 지방선거 자금으로 불법사용했다는 이른바 ‘안풍’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법정을 나서고 있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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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조실장 1심 ‘국고횡령죄’…2심 ‘무죄’ 1995~1996년 민자당 계좌에 입금돼 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자금 등으로 쓰인 돈 가운데 안기부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난 1197억원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른바 ‘안풍’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돈이 안기부 예산인지, 외부에서 유입된 자금인지 여부다. 이 사건에 대해 2003년 9월 1심 재판부(부장 이대경)는 1197억원 가운데 자금원이 국고수표인 것으로 확인된 856억원에 대해 김기섭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이 안기부 예산을 횡령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2심 재판부(부장 노영보)는 1197억원이 김 실장이 관리하던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보인다며 국고횡령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2심 재판부는 당시까지 파악된, 세기문화사 등 6개 안기부 위장업체 명의로 9개 금융기관에 개설됐던 2092개 계좌의 입출금내역을 정리한 결과 잔액이 93년 1293억원, 94년에는 154억원이 늘었다가 95년 642억원, 96년 380억원이 줄어든 것을 판결의 주요 논거로 삼았다. 93년 취임한 김 대통령의 정치자금이 안기부 계좌에서 관리돼다가 95년과 96년 민자당에 지원된 것으로 보는 것이 “돈을 김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강삼재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의 법정진술과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 큰 허점을 안고 있다. 93년에 잔액이 1293억원 늘어난 것이 외부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안기부 예산이 그만큼 쓰여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시 안기부 사업이 모두 정상적으로 수행된 점을 들어 이런 가능성을 배척했지만, 93년에는 안기부 예산에 숨겨진 이른바 ‘통치자금’이 사용되지 않아 불용액이 많았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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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재판부가 파악한 93년 안기부 계좌에 전날보다 잔액이 늘어난 액수(입금추정액)를 모두 합한 4841억원에서 이자로 인한 증가분 131억원을 빼면 4710억원으로, 이는 그해 안기부 예산 5316억여원에 못미친다(표 참조). 한편 전날보다 잔액이 줄어든 액수(지출추정액)를 모두 합하면 3548억원이다. 재판부가 파악한 계좌가 안기부의 모든 계좌가 아니라는 점에서, 입금추정액 대비 예산 기준으로 88% 가량의 계좌가 파악됐다고 추정하면, 지출액 추정치도 4004억원으로 예산보다 1312억원을 덜 쓴 셈이다. 그해 예산을 쓰지 않고 남긴 돈만큼 잔액증가가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수치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94년에는 예산보다 불과 10억여원을 덜 썼고, 95년과 96년에는 각각 711억여원, 438억여원을 더 썼다. 93년 남긴 돈으로 95~96년 민자당 지원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가능한 근거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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