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01 21:25
수정 : 2005.03.0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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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은평 뉴타운을 조성하면서 철거하려다 냉전 유물로서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존치하기로 한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의 방호벽 일부.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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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개발지역…주변에 녹지조성 공원 활용
서울시 은평구 방호벽이 남북대치와 냉전을 기록하는 유물로 보존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일 “은평 뉴타운 개발 과정에서 철거 필요성이 제기됐던 방호벽을 냉전을 기록한다는 차원에서 존치하기로 최근 국방부와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강북재개발 사업인 은평 뉴타운 계획에 따르면, 은평구 진관내동 부근 통일로는 폐쇄돼 서쪽으로 옮겨지고, 북한산길은 찻길에서 생활 가로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적군의 탱크를 차단하는 방호벽은 원래 용도를 상실하게 된다.
현재 통일로와 북한산길 사이에는 길이 480여m의 ㅅ자형의 방호벽이 조성돼 있고, 그 남쪽에 200여m ㅡ자형으로 방호벽이 있다. 은평 뉴타운은 서울시와 경기 북부를 연결하는 곳으로 안에 30사단 탱크부대, 방호벽 관리부대 등이 들어서 있다.
허영 에스에이치공사 뉴타운본부장은 “ㅡ자형 방호벽을 철거하고, ㅅ자형은 존치하기로 수방사와 의견을 모은 상태”라며 “ㅅ자형 방호벽 북쪽과 남쪽에 각각 20m와 10m 길이의 녹지를 조성해 근린공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본부장은 “서울시와 주민들은 미관이나 도시계획 차원에서 방호벽 철거를 원하고 있다”면서도 “방호벽을 철거할 경우 대체 방어시설이 마땅치 않다는 수방사의 의견을 고려해 ㅅ자형 방호벽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은 방호벽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은평구에 제출했다. 라도삼 시정연 연구원은 “성곽 모양으로 생긴 ㅅ자형 방호벽은 예술적 가치가 있다”며 “벽 안쪽에 광장을 조성해 다양한 퍼포먼스와 지역 축제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라 연구원은 “ㅡ자형 방호벽의 활용가능성도 조사해 군사통일 박물관, 교통통신 박물관 등 소규모 박물관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에서는 폐쇄된 고가도로처럼 ‘흉물’처럼 보이는 공공시설을 개조해 문화시설로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 방호벽은 100만평에 이르는 은평 뉴타운 지구의 한가운데에 있어 그동안 주민들은 ‘집값 하락’을 이유로 철거를 주장했고, 서울시와 사업 시행자인 에스에이치공사도 “존치할 경우 비정상적인 모양의 시가가 형성돼 개발 여건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보여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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