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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경찰관이 서울 시내의 어린이보호시설에서 무연고 아동의 디엔에이(DNA)를 채취하고 있다. 미아찾기로부터 시작된 유전자 채취는 범죄자와 군인 등으로 확산되고, 결국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 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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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DNA 거부자'까지 등장
지난 2001년 1월 슈퍼볼 경기가 열렸던 미국 플로리다주 탐파시. 경찰이 지명수배자를 잡는다며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들의 얼굴을 화상인식 카메라로 하나하나 촬영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컴퓨터는 30만명의 사진을 3천명의 지명수배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했고, 경찰은 경기가 끝났을 때 수배자 19명을 잡았다. 미국의 경우 이처럼 발달한 기술의 힘을 빌려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기술 선진국’이 ‘인권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9·11테러 이후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식이 크게 위축되면서 유전자 정보 수집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범죄자 216만명의 디앤에이 디비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범죄자뿐만 아니라 용의자들에 대해서도 유전자를 채취할 수 있도록 법률을 준비하고 있어 그 규모는 날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시작 단계에서는 입력대상 범죄를 21개로 제한했지만, 1999년에는 비폭력 범죄를 포함해 107개로 대폭 확대했다. 일부 주에서는 미성년범죄자, 교통법규 위반자들에 대한 디앤에이 채취도 이뤄지고 있다. 또 메사추세츠주등 24개주에서는 수집된 디앤에이 샘플을 원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사기관들이 범죄자 디비를 토대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결과, ‘샘플 반환 소송’이나 ‘양심적 디앤에이 거부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방문객들의 지문과 사진을 채취해 테러리스트 디비와 대조하는 ‘유에스 비짓’(US-VISIT)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세계 각국 정부에 생체정보가 담긴 여권을 발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상지대 교수·사회학)은 “국가 차원에서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의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이며, 특히 수사 목적의 수집은 해당 개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으로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며 “미국의 시민사회도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우익정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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