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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3 11:49 수정 : 2005.03.03 11:49

"내 정신 좀 봐. 교재 사러 가야하는데..첫 날이어서 정신이 없네요" 지난해 11월 칠순에도 성공회대 수시2학기 모집 사회과학부에 합격, 화제를 모은 이른바 `유서대필사건'의 강기훈씨 어머니 권태평(71)씨가 2일 첫 대학 수업을받았다.

한국전쟁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하는 바람에 중단했던 공부를 50여년만에 다시 시작해 대학에 도전, 꿈을 이룬 것. "데모만 하는 아들(강기훈씨)의 속을 알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는 권씨의첫 수업은 조효제 교수의 `사회학 개론'. "내가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야. 얼떨떨하기도 하고.." 일흔이 넘은 `할머니 학생'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지만 이내 걱정은 새내기 대학생의 설렘으로 바뀌었다.

"교수님이 재미있는 분인 것 같아서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잘해왔으니까 대학 공부도 점점 나아지지 않겠어요?" 자신보다 나이가 서른 살이나 적은 조 교수를 대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재미있다는 눈치다.

뒤늦은 공부라서인지 욕심도 많다.이번 학기에 `권태평 학생'이 신청한 과목은이날 첫 수업이 시작된 사회학 개론을 비롯해 `시민과 인권', `여성학' 등 5과목에13학점. "일본어도 듣고 싶고 교양도 하나 더 들어야 하는데.." 듣고 싶은 과목은 마감이 빨리 되는 바람에 인터넷 수강신청에 애를 먹었다는권씨는 "19학점까지 신청할 수 있으니까 수강신청 변경기간에 다른 과목도 신청해 19학점을 다 채워서 수업을 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학보와 언론 기사를 통해 권씨를 알아본 학생들이 일부러 와서 인사도하고 말도 걸어주는 게 너무도 고맙기만 하지만 손자같은 어린 동급생들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권씨는 인터뷰 내내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는데..수업을 젊은 학생들처럼 잘 따라갈 수 있을까"라며 걱정을 내비쳤다.

권씨는 "고등학교 때는 매일 시험보고 공부만 하느라 바빠서 다른 활동은 못했는데 대학생활에 적응이 되면 그동안 못 나갔던 인권운동사랑방에도 다시 나가고 컨설턴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상담관련 과목도 열심히 배울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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