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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3 15:03 수정 : 2005.03.03 15:03

지난1월21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연예인 엑스파일’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탤런트 김민선씨. (사진/ 박승화 기자)



문화연대, ‘연예인 인권의 새로운 이해’ 토론회

“연예인의 인권은 다치기 쉬운 ‘특수한 인권’이다. 자신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연예인 스스로 인권선언을 해야 한다.”

연예인 엑스파일이 파문을 일으킨 지 한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관심 속에서 멀어지고 있다. 언론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찾는다.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 일부 연예인 마약복용 혐의 등 연예인에 대한 언론의 지대한 관심은 많은 기사를 쏟아내지만 냄비처럼 끓다 쉽게 식어버린다.

이런 가운데 문화연대는 3일 오후 서울 한국언론회관 7층 환경재단 대회의실에서 ‘연예인 인권의 새로운 이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고, 연예인 엑스파일 사건을 되짚어봤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 소장과 전규찬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교수는 발제문에서 ‘연예인의 인권’은 인권침해 개념이 강하며, 자신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발언’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서 연예인들이 주체가 된 ‘연예인 인권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문화사회연구소 이동연 소장은 엑스파일 사건에 대해 “연예인 ‘인권’문제로 집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문제의 핵심은 엑스파일의 정보가 불법적으로 구성되는 연예산업의 권력구조 속에서 개인의 신체와 사생활이 정보화되는 방식에 심각한 인권침해의 요소가 개입돼 있다”며 “파일정보의 진실 여부를 떠나 개인의 정보가 사전동의 없이 공식적인 보고서 안에 기록되었다는 점은 전적으로 개인에 대한 정보폭력이자 인권침해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특히 연예인 엑스파일에 거명된 수많은 유명 연예인들의 인권을 ‘특수한 인권’으로 정의하고, 그들의 인권은 △보장의 개념보다는 침해의 개념이 강하게 나타나고 △항상 침해과정에는 특정한 사건이 미디어에 의해 과장되게 매개되고 △미디어의 매개과정에서 언어에 의한 정서적 폭력이 심각하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그 이유로 “한국 연예계의 연예인들은 자기주장이 대부분 막혀 있거나 스스로 주장하는 방법으로부터 무감각하기 때문”이라며 “여성 연예인들의 섹스스캔들이 있을 경우 미디어가 무자비하게 보도해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을 해도 먹고 살기 위해 얼마 있지 않아 대부분 취하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 소장은 연예인 엑스파일에 이름이 올려진 “일부 연예인들이 해당 광고회사의 계열기업의 광고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대마초 합법화 주장때도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공개적인 참여나 발언을 꺼려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결론으로“(한국 연예인은) 연예자본과 미디어로부터 지나치게 길들여져 있고, 정작 자신들의 신체와 정체성이 심각하게 유린당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행동과 발언을 조직화하지 못한다”며 “개인의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정보 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예인들 스스로가 연예인이 인권선언을 당당하게 발언할 때가 됐다”고 결론내렸다.


▲ 유출된 문서의 표지.



두번째 발제자 전규찬 교수는 “연예계라는 것을 스타들의 아우라, 온갖 흥미진진한 사생활의 소문들로 무성한 공간이 아닌, 바로 자본과 권력이 작용하는 결정적 모순이 지점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연예인 엑스파일을 가리켜 “극도로 팽창해가는 소비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연예인 비시민화의 구조적 모순”이라며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도 비시민화의 한 사례로 들었다.

전 교수는 비시민화 과정의 매커니즘으로 “연예인에게 있어 생명이란 상품적 경쟁력과 다를 바가 없다”며 “냉정한 시장의 논리, 살인적 경쟁의 코드가 작동하는 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연예인은 죽은 것과 다름없으며, 바로 이러한 자본의 살인적인 현실이 연예인의 공통된 정서로서 우울증과 불안감, 소외감을 강화시키게 된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이러한 매커니즘을 확대하는 데는 대형 기획사와 광고주, 그리고 대중매체도 가세한다”며 “방송과 신문이라는 것도 스스로가 자본이며, 또한 시장 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데, 이들에게 있어 연예인과 이들에 관한 끝없는 이야기는 시청률을 올리고 구독층을 붙잡기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연예인은 매체와 광고를 포함한 거대 문화자본, 시장 자본주의 논리를 추구하는 문화산업에 의해 상품으로 팔리는 대상이기 때문에 애당초 그 주체적 발언력이 크게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지로만 남은 일종의 속이 텅빈 존재로서 발언의 진정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 교수는 “연예인이 발언을 통해 소통과 대화를 통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운동을 통해 사회와 접속해야 한다”며 “스타의 언어는 이론가나 운동가가 내놓은 것처럼 분석적이고 체계적이지 않고 오히려 매우 자극적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는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여론매체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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