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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3 16:58 수정 : 2005.03.03 16:58

강단으로 돌아온 `암투병' 장영희 교수 지난해 9월 초 3년 전 완치됐던 유방암이 척추암으로 전이돼 불가피하게 수업을 중단했던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 교수가 3일 강단으로 돌아와 강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선생님! 안녕하세요!"

3일 낮 12시30분 서강대 사비에르관 113호 앞에 모여있던 대학생 10여 명이 목발을 짚고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교수를 환호성과 함께 박수로 맞았다.

한 한기동안 암과 싸워온 서강대 영문학과 장영희(54.여) 교수가 새학기 개강에맞춰 강단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9월 초 3년 전 완치됐던 유방암이 척추암으로 전이돼 불가피하게 수업을 중단한 지 6개월 만이다.

강의실에는 대학 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 60여 명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장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20년 간 교단에 있으면서 울 일이나 웃을 일이 있었다면 그건 모두 학생들 때문이었죠. 학교로 돌아와 싱싱함이 느껴지는 신입생들을 맡게 돼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강단에 돌아온 소감을 이렇게 밝힌 장 교수는 암 투병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동안 마음 속 시간이 항상 학교에 맞춰져 있었단다.

창 밖의 은행나무잎이 노랗게 물들 때 쯤이면 `애들이 중간고사 준비에 바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장 교수는 개강을 하루 앞둔 1일 천안에 있는 선친 장왕록 박사의 묘소를 찾았다. 묘소에서 장 교수는 아버지 생전의 귀여운 딸로 돌아가 "빨리 병을 낫게 해달라"고 빌었다.

가족을 남기고 먼저 돌아간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좀더 오래 이 세상에 있게 해달라는 소망도 빌었다. 장 교수에게 집에 있는 동안 가장 큰 일은 잘 챙겨 먹는 일이었다고 했다.

암과 싸우고 있어 정해진 식단대로 엄격한 식이요법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교수의 암 치료는 순조롭지만은 않다.

1주일에 하루씩 병원을 찾아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얼마전 폐렴이 생겨 설 연휴를 포함해 2주간 입원해야 했다.

18번으로 예정된 항암치료를 아직 5번만 받았고 학기 중에도 매주 한 차례씩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장교수는 학생들만 보면 마냥 좋다고 한다.

이날 45분 간 이어진 수업에도 장 교수는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시종 분위기를 이끌었고 우스갯소리로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포기할 수 없고 죽을 때까지 함께 있을 제자들이죠. 제가 죽어 제 관을 나를사람도 제 제자들이 될 거예요."

장교수는 이번 학기 학부 영문학개론과 대학원 `19세기 영문학사' 수업을 맡아매주 5시간30분씩 강의를 할 예정이다.

두 다리를 못 써 전동 휠체어에 앉아 장 교수의 수업을 듣던 민차연(21.여.영문1)씨는 "장애인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마련"이라며 "다리가 불편한 데다 암까지 앓고 계신 교수님이 밝은 모습으로 강의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짧게는 빨리 병을 이겨내는 게 가장 큰 목표이고 길게는 퇴임 후 영어 장편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다"며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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