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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4 18:54 수정 : 2005.03.04 18:54

KT, 고객 240여만명한테서
정보임대 동의받아내
건당 1천원에 팔아…
정통부 “사업중단” 요청 묵살

고객의 개인정보를 다른 기업에게 팔아 수익을 챙길 정도로 기업들의 개인정보 장사가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케이티는 시내전화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기업에 돈을 받고 빌려주는 ‘소디스’를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1월 시내전화 가입자 240여만명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고급 승용차와 전화요금 감면 같은 ‘당근’을 쓴 결과다.

이미 개인정보를 팔아넘겨 매출 실적도 생겼다. 지난해 말 개인정보 임대에 동의한 시내전화 가입자들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건당 1천원씩 받고 피시에이생명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무제한 이용하는 조건으로 정보를 넘겨줬다.


▲ 케이티가 개인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고급승용차 등 경품을 내건 이벤트 행사에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적어내고 있다. 케이티 제공


경찰·이통대리점주 함께 심부름업체에 주민번호 유출

케이티는 전화 가입이나 이전 신청을 받았을 때, 직원이 신청자 집을 방문해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직접 확인한다. 따라서 다른 기업이 갖고 있는 고객 개인정보보다 정확하고,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정보통신부는 케이티에 공문을 보내 “개인정보 침해 시비가 있으니 사업을 중단하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게 좋겠다”고 요청하기까지 했으나, 묵살당했다. 이에 정통부가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국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으나, 케이티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케이티는 또 지난 1월 고급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어, 이동통신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이동전화 번호유지(번호이동)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30여만명의 것을 모았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이런 행위는 불법적인 개인정보 유출의 합법화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불법적 개인정보 유출이 거의 날마다 발생하고 있어, 개인정보 장사를 허용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에는 현직 경찰관과 케이티에프를 포함한 이동통신 대리점 업주 등이 가입자 개인정보와 경찰전산망의 주민번호 200여건을 개인정보 판매상들에게 팔아넘긴 사건이 발생했다. 개인정보 판매상들은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건당 10만원씩을 받고 각종 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심부름업체에 팔아넘겼다. 바로 전날인 2일에는 회원사가 제작한 졸업앨범에 수록된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생 33만여명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띄운 사진앨범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창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법학박사)은 “우리나라는 개인정보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불법 유출이 만연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의 합법적 판매를 허용하게 되면 각종 사생활 침해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이동전화회사와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피해보상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케이티에프는 2002년 본인들이 모르게 이동전화 가입자들을 부가서비스(매직엔)에 가입시켜 요금을 받아오다 들통 나, 과징금을 물고 몰래 받은 요금도 돌려줬다. 케이티에프가 통신위원회에 낸 시정명령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가 29만명에 이른다.


“부가서비스 무단가입 보상”
조정위 결정 KTF ‘콧방귀’

당시 참여연대는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으니, 홈페이지와 요금청구서를 통해 공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케이티에프는 “회사 이미지를 흐릴 수 있다”며 참여연대의 공지 요구를 거부했다. 케이티에프는 “개인정보를 침해한 것이니, 피해자들에게 요금 반환과 별도로 50만원씩 보상하라”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도 따르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는 케이티에프를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벌금 1천만원으로 약식 기소했다. 또 피해자들은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100만원씩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손해배상 소송은 케이티에프 쪽의 버티기로 아직까지 1심 판결조차 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의 상업적인 이용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유망한 비즈니스모델로 평가될 정도다. 실제로 기업에서 쓰고 있는 ‘시아르엠’ ‘데이터마이닝’ ‘데이터베이스마케팅’ ‘캐시백’ ‘고객관계관리’ ‘고객맞춤형 서비스’ 등은 모두 고객의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단말기 위치정보를 이용하는 비즈니스도 개인정보의 상업적인 이용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미 이동전화 이용자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친구찾기’라는 이름으로 제공되고 있고, 이용자에게 현재 있는 곳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정통부도 기업들의 이동전화 이용자 위치정보 이용 길을 틔워주기 위해 ‘위치정보 이용 및 보호 등에 관한 법’을 제정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동전화 이용자 위치정보를 ‘민감한 개인정보’로 규정해 철저히 관리한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은 “기업들은 고객이나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대상’이 아니라, 매출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이용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하거나 수집하는 상황을 부른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자기정보결정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어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이재성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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