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06 19:09 수정 : 2005.03.06 19:09

“낸 돈보다 더 많은 돈 주니까 고마워하라... 거짓말 하시면 끝까지 쫓아가 두배로 토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선진국 아니니까 억울하셔도 할 수 없어요... 정 그렇게 아프면 그 자리에 쓰러지시거나 병원에 입원하시라...”

교육시간 내내 범법자 취급 ‥1% 부정수급자 막는다는 핑계로

지난해 12월, 20년 동안 다니던 정든 직장을 그만둔 신아무개(51·서울 성동구 옥수동)씨는 ‘실업 급여’를 받으러 지역 고용안정센터에 들렀다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실업 급여를 받으려면 빠짐 없이 들어야 한다는 ‘실업급여 신청교육장’에 들어서며 악몽이 시작됐다. 강사는 5분 만에 급여 신청방법을 설명한 뒤, 나머지 시간에는 허위로 급여를 받아가면 받게 되는 처벌을 들먹여 가며 교육생들을 ‘위협’했다. 신씨는 “교육 시간 내내 불심검문에 걸린 예비 범법자가 된 기분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성실히 살아온 평생을 도둑맞은 것 같아 슬펐다”고 쓰게 웃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업 급여 신청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실직자를 모욕하거나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 고용안정센터 쪽의 강압적 태도로 급여 신청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1995년 첫 도입된 실업급여 신청자는 97년 5만명에 그쳤지만, 실업급여 대상자 확대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2002년 29만7천명, 2003년 37만5천명, 2004년 46만7천명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

실업급여 지급 대상은 해고, 계약기간 만료,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 ‘비자발적 실업자’로, 이들은 2주마다 정해진 날짜에 센터를 찾아가 그동안의 구직 노력을 증명해야 한다.

<한겨레> 취재진이 지난 4일 서울 ㄷ고용안정센터를 찾아 실업교육을 받아 보니, 실직자들을 무시하는 듯한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교육이 진행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진행된 교육을 맡은 강사는 “거짓말 하시고 부당하게 지급을 받으면 우리가 끝까지 쫓아가 두배로 돈을 토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돈이 없는 분들은 형사 고발하니까 알아서 하세요.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니까 억울하셔도 할 수 없어요”라며 교육생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또 “정해진 날짜에 안 오면 돈을 안 준다”며 “가끔 몸이 아프시다고 못나오신다는 분들이 계신데, 정 그렇게 아프면 그 자리에 쓰러지시거나, 병원에 입원하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센터 쪽은 이에 대해 “교육생들이 모욕감을 느꼈다면 미안하지만, 부정 수급자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적발해 낸 부정수급자는 2002년 4555명, 2003년 4572명, 2004년 6896명 등 전체 수급자의 1% 안팎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용안정센터 쪽의 모멸을 견디지 못해 마음의 상처를 받고 돈 받기를 포기하고 있다. 김아무개(29·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주니까 고마워하라’는 말을 듣고 모욕감에 더 이상 센터에 갈 수 없었다”며 “실직자를 죄인 취급하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은 구직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새 직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