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6일 아침까지 동해안을 따라 곳곳에서 ‘폭설 전쟁’이 벌여졌다. 특히 6일 오전 서울에서 치러진 17개 공기업 합동공채 시험에 일부 부산지역 응시생들이 교통 두절로 참석하지 못해 당사자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국내 컨테이너 물량의 80%를 처리하는 부산항 부두 기능이 19시간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이아무개(29)씨 등 부산지역 응시생 5명은 이날 오전 서울에서 시행된 17개 공기업 합동공채에 응시했으나 교통 두절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3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마지막 면접시험에까지 올라갔는데, 100년 만의 폭설로 시험장에 갈 수 없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5일 오후 5시부터 폭설로 인해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자성대부두 등 전부두에서 수출입 화물의 하역작업이 중단됐다가 19시간이 지난 6일 오후부터 정상화됐다. 부산항이 폭설로 전면 마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외곽버스 25개노선 중단
또 5일 밤 9시부터 도로 94곳의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6일 제설작업이 진행되면서 통행이 재개됐으나 일부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전면 또는 부분 통제됐고, 고지대를 중심으로 버스노선이 제대로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부산 동구 등 예식장 밀집지역에서는 손님들은 물론, 신랑·신부조차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지각 결혼식이 잇따랐다. 이날 새벽 3시55분께 울산시 남구 야음동에서 귀가하던 이아무개(24)씨의 현금 17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김아무개(31)씨가 눈위에 발자국을 남겨 경찰에 붙잡히는 촌극도 빚어졌다. 강원=지역에 따라 1m가 넘는 눈이 내린 강원 영동지방에는 일부 산간지방의 차량운행이 끊기고 농업용 시설 피해가 잇따랐다. 인제~속초를 잇는 미시령 길은 6일 오후 소형차는 통행이 풀렸으나 대형차는 통행이 금지됐다. 또 강릉 왕산~정선 임계 사이 삽당령과 강릉 연곡~평창 진부 구간의 진고개 등 영서와 영동을 잇는 주요 고갯길은 월동장구를 갖춘 차만 운행이 허용되고 있다. 강릉 17개, 동해 8개 등 모두 25개 노선의 시외곽 운행 시내버스도 운행이 중단됐다. 피해상황 파악조차 못해
또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 18채, 양계장 5채, 농업용 창고 2채가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내렸다. 강릉 주문진항에 정박하고 있던 어선 4척은 쌓인 눈 때문에 침몰했으며, 속초 대포항에서도 어선 1척이 침수됐다. 경북=경북 영덕군과 울진군에는 4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최대 67.6㎝, 57.6㎝까지 쌓여 한때 교통이 통제됐다. 지방도와 국도 교통통제는 이날 오후 모두 풀렸지만, 산간 마을에는 아직 버스가 다니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동해안 산간 지방에는 도로가 끊기거나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등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눈 치우는 작업에 매달리느라 피해 상황 접수를 못하고 있다”며 “곧 정확한 피해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대구 춘천/김종화 최상원 박주희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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