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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교수 아버지를 죽여달라”의뢰 어머니 부탁받은 아들이 인터넷 심부름센터에 청부 억대 빛 어머니는 자살
명대졸 아들은 혐의부인
아버지는“선처탄원” 어머니와 짜고 인터넷 심부름 업체에 아버지를 죽여달라고 부탁한 아들이 붙잡혔다. 남편을 청부살인하려 했던 어머니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단계 판매에 손을 댔다가 억대의 빚을 진 박아무개(49·여·사망)씨는 지난해 12월29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개설된 ‘제거전문킬러’ 심부름센터 카페에 접속해 “남편을 죽여주면 장례식이 끝나고 3일 뒤 1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하며 착수금 240만원을 건넸다. 유명 국립대 교수인 남편 김아무개(51)씨가 지난해 11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박씨가 다단계 판매에서 진 빚과 카드빚 등 1억3천만원의 채무를 갚아준 뒤 평소 씀씀이가 컸던 박씨의 신용카드를 뺏은 것이 화근이었다. 돈 문제로 다툼이 잦아지더니 결국 박씨와 김씨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게다가 박씨에게는 남편이 모르는 빚 8천만원이 더 있었다. 박씨의 남편은 당시 여러 보험에 가입돼 있어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할 경우 최대 2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가족들이 챙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씨는 결국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심부름 업체에 청부살인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박씨의 어이 없는 행동은, 아들까지 끌어 들이며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병역특례로 경기도 군포의 한 회사에 다니던 아들 김아무개(24)씨는 올해 초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를 죽이자’는 기막힌 제안을 받았다. ‘돈 문제로 아버지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어머니를 동정하던 아들 김씨는 결국 박씨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심부름 업체에 아버지의 출퇴근길·주차위치 등 ‘살인’에 필요한 정보를 넘겨 주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범죄는 심부름 업체 운영자인 김아무개(29)씨가 다른 청부살인 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들통이 나고 말았다. 결국 박씨는 ‘살인청부 고객명단’을 확보한 경찰의 수사가 조여오자 지난달 28일 집에서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7일 아버지를 청부살해하려 한 혐의(존속살해 예비·음모)로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처음 진술과 달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혼자 남게 된 아버지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끌려 다닌 것 뿐, 나를 죽이려는 나쁜 뜻은 없었다”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내는 애틋한 부정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길윤형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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