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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8 18:29 수정 : 2005.03.08 18:29



[사진설명] 윤기섭 선생의 딸, 김상덕 선생의 아들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임시의정원 7대 의장을 지낸 윤기섭(1881~1959·1989년 대통령장 서훈) 선생의 큰딸 윤경자씨(왼쪽)과 함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위원장이었던 김상덕(1892~1956·1990년 독립장 서훈) 선생의 아들 김정육씨가 부친이 납북되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북으로 간 임정요인’ 자식들의 애타는 ‘망부가’

김정육(70·경기도 양주시)씨는 “전쟁이 터지고 무척 덥던 여름날”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위원장이었던 아버지 김상덕(1892~1956·1990년 독립장 서훈) 선생은 서울 혜화동에 살던 먼 친척 집에, 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김씨는 반민특위 위원장 관사가 있던 서울 중구 필동3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의 건강이 염려됐던 아버지는 1950년 8월께 집에 들렀는데, 지프를 타고 온 청년 2명이 “남에서 훌륭한 일을 하셨으니 이제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하며 아버지를 데려갔다. 반세기 동안 김씨는 부친의 기일을 모른 채 ‘음력 9월9일’을 골라 제사를 모셔야 했다. 그는 “아버님 묘소를 찾아 큰절 한번 올리고, 술 한잔 따르는 게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회장 김자동)가 광복 60돌을 맞아 해방 정국의 혼란과 뒤이은 전쟁 통에 북으로 옮겨가 숨을 거둔 상하이 임시정부 요인 유가족들의 방북 참배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북에 모셔진 ‘남쪽 인사’들은 평양 ‘애국열사릉’에 8기, ‘재북인사들의 묘’에 62기 등 모두 70여기다. 이들은 남북한 양쪽 모두가 외면한 ‘경계인’으로, 광복 전 독립운동의 공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으로 쓸쓸히 사라져 갔다.

55년만에 접촉승인 났으나
남북대화 끊겨 성사 불투명
“죽기전 마지막 소원이오…”

참배 대상으로 정해진 임정 인사들은 김규식 학무총장, 김붕준 의정원 의장, 김상덕 문화부장, 김의한 비서, 손정도 의정원 의장, 송호성 국방경비대 총사령관, 엄항섭 선전부장, 유동열 참모총장, 윤기섭 의정원 의장, 조소앙 외무부장, 최동오 법무부장(가나다순) 등 11명이다.


기념사업회 쪽에서는 지난해 12월 북한 접촉 승인을 받는 등 통일부의 협조 아래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북의 ‘핵무기 보유 발언’ 이후 대화가 끊기는 바람에 사업 성사 여부를 놓고 애를 태우고 있다.

참배 예정 임정 인사들 왼쪽·위부터 김규식 학무총장, 김붕준 의정원 의장, 김상덕 문화부장, 김의한 비서, 손정도 의정원 의장, 송호성 국방경비대 총사령관, 엄항섭 선전부장, 유동열 참모총장, 윤기섭 의정원 의장, 조소양 외무부장, 최동오 법무부장(가나다순)


임시의정원 7대 의장을 지낸 윤기섭(1881~1959·1989년 대통령장 서훈) 선생의 큰딸 윤경자(64·서울 은평구 대조동)씨도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윤씨는 “1950년 8월께 지프를 타고 손님이 와서 아버지를 모셔오라고 했다”며 “들에 일 나간 아버지를 부르러 나가던 때가 바로 어제 일 같다”고 말했다. 윤씨가 부친의 소식을 접한 것은 1989년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이듬해 발간된 <신동아> 4월호를 보고 나서다. 그는 “보도를 보고 부친이 평양 애국열사릉에 편안히 모셔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마련된 임정 요원 묘역에 기념비라도 하나 만들었으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탈북한 북한 고위 관리의 증언을 토대로 이태호 <한겨레> 전 편집위원이 1991년 펴낸 <압록강변의 겨울>은 “북으로 간 임정 요원 모두가 숨질 때 ‘통일의 제단 앞에 한평생을 바쳤다는 사실을 후세에 전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증언하고 있다.

빙인섭 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이번에 참배 대상으로 선정된 어른들은 이념을 초월해 남북한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민족주의자들”이라며 “광복 60돌을 맞아 뜻깊은 행사가 성사되도록 남북 모두가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돌아가신 어머님 소식 전하고 싶어…북 도움 절실”

■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김자동씨

▲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김자동씨
김자동(77·사진)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은 “광복 60돌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 법통의 뿌리인 임시정부 기념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추진하는 사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임정 요인 유가족들의 방북 참배다. 현재 남북 사이에 오가는 정치적 논란은 잠시 접어 두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주기를 남북 양쪽 관계자들에게 호소한다. 유족들은 6·25가 터진 지 55년이 지나도록 선친의 묘를 참배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 한과 고통을 어떻게 다 표현하겠나?

-다른 사업은?

=젊은 대학생들을 모아 중국 곳곳에 흩어진 임시정부 유적지를 돌아보는 답사단을 꾸릴 예정이다. 대학생 70명과 기념사업회 관계자 30명을 모아 8월께 출발할 계획이다. 이 밖에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에 대한 조사와 이들의 처벌 사례를 놓고 남북 공동학술대회를 열까 한다. 앞으로 민족문제연구소 등과 협의하겠다.

-사업 진행 상황은?

=방북 참배를 위해서는 북의 도움과 협조가 절실하다. 나 개인적으로도 이번에 임정 비서를 지낸 부친(김의한·1900~1964·1990년 서훈)을 찾아뵙고, 1991년 돌아가신 어머님 소식을 전하고 싶다. 다른 사업은 예산 문제 때문에 국가보훈처 등 관계 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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