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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경기 안양의 ㅂ선교원에서 원생들이 제보를 받고 면접조사를 온 인권단체 관계자들에게 성폭력 등 인권침해 사실을 털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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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내돈 달라 못하겠어요 “밤에 여자를 끌고 가 뒤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덮쳤어요.” “원장 남편이 술 취하면 와서 때려요.” “무서워서 제 통장을 달라고 말도 못해 봤어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9일 오전 안양시에 있는 ㅂ선교원. 장애인, 알콜중독자, 전과자, 고아 등 60명이 사는 미인가 복지시설인 이곳에서 원생들은 인권단체 관계자들에게 그동안 자신들이 받은 학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원래 남편은 지금 감옥에 있어요. 여기 와서 남편 있다고 했는데도 원장이 ㅂ씨랑 살라고 했어요.” 자폐증을 앓고 있는 30대 여성 ㅎ씨는 이곳에서 강제결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근데 저는 그 남자랑 정식으로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여기서 맡아 키우는 아이를 그 사람이 때리고, 말리는 저도 때리고 해서 부부 안한다고 했어요.” ㅎ씨가 키우는 ㅇ양(7)는 지난 설 연휴동안 폭행을 당한 뒤 기절해 병원에 실려갔다. 그는 몇년 전부터 이곳에서 성폭행이 심심찮게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원장이 사택에 돌아간 뒤 어둠을 틈타 술에 취한 남성들이 장애가 있는 여성들을 뒷편 야산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로 데려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ㅂ선교원 원장 ㅊ(50대·여)씨는 “강제결혼, 성폭행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남편과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자신은 재정 등 모든 면에서 선교원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40대의 원생인 ㅈ씨는 “원장이 내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돈을 빌리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사기 등의 혐의로 원장을 고소했다.
인근 동사무소의 자료를 보면, 현재 ㅂ선교원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남성 46명, 여성 14명(장애인 19명 포함)으로, 이중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된 사람은 54명이다. 이들은 2월에만 모두 1500만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았지만 수급 대상자인 ㄱ씨는 “내 돈을 만져본 적이 없다”면서 “속옷을 사고 싶지만 원장이 무서워서 통장을 달라고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그린벨트 안의 무허가 건물은 ‘집’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열악했다. 원생들은 원장이 “수도요금이 많이 나온다”며 수도를 막은 뒤 수질이 나쁜 지하수를 사용하도록 해, 인근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와 식수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는 1000여곳의 미인가 복지시설에서 2만여명이 생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올해 7월 말까지 이들 시설들의 신고를 유도해, 부적합 시설은 폐쇄를 유도하고, 나머지는 양성화할 방침이다. 현장에 온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미인가 시설의 철저한 실태조사와 함께, 장애인과 아동의 경우 그룹홈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게 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선교원 정문을 나서려 하자, 60대의 한 여성 원생은 기자의 팔목을 잡으며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안양/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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