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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아파트 60대 노인
길위에서 쓸쓸한 죽음
종로구 곧장 철거하려다
주인 항의받아 물러나
도심 속에 버려진 ‘빈곤의 섬’ 삼일아파트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가던 이강일(66·폐지수집)씨가 끝내 숨진 것으로 13일 뒤늦게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진 <한겨레>의 삼일아파트 연속 보도(지난해 5월24일치 9면, 7월27일치 9면, 12월17일치 1·3면)에서 아파트가 함부로 철거되면 노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신세로 여러차례 소개된 바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한국전력이 지난해 초부터 이씨 집(7동 705호)에 물과 전기를 끊어, 그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한겨울을 나야 했다.
이씨가 숨진 날은 지난 1월29일로, 숨지기 전날 밤 11시께 서울 중부경찰서 을지지구대는 “을지6가 ㅇ빌딩 앞에 노숙자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씨를 서울 동부시립병원으로 옮겼으나 곧 숨졌다. 이웃들은 “이씨가 술을 많이 마셔 간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주검은 보름 넘게 찾는 이 없이 방치됐고, 가족들은 2월16일 이씨를 찾아와 장례를 치렀다. 이웃 주민 임병근(57)씨는 “우리도 지난 5일에야 이씨가 숨진 것을 알았다”며 “요즘 보이지 않아 독립문 근처에 산다는 가족들에게 갔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한겨레>의 삼일아파트 취재 당시, 정상적인 대화도 불가능할 정도로 몸이 상해 있었다. 그는 300만원이던 보증금까지 날아간 데다, 임대아파트 지급 대상으로 인정되지도 않아 떠나고 싶어도 아파트를 떠날 수 없었다. 거기다 33살 난 아들 등 가족이 있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지정되지도 못했다. 서울 종로구는 이씨의 죽음이 확인되자 지난 9일 이씨가 혼자 살던 삼일아파트 7동과 그 맞은편의 8동의 철거 작업을 진행하려다 주민들의 항의를 받고 물러났다. 종로구 주택과 관계자는 “주민 안전을 위해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을 철거하려는 것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삼일아파트에 버려져 정부의 마지막 대책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수는 하루하루 줄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삼일아파트 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31가구였지만, 3월 현재 16가구로 줄었다. 주민 대부분은 건물 상태가 그나마 양호한 10동으로 거쳐를 옮긴 상태다. 철거대책위원회는 그곳에서 “아파트 철거에 협조할 테니, 보증금이 마련될 때까지 10동의 철거만 미뤄달라”고 종로구 쪽에 호소하고 있다. 종로구 쪽은 “일단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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