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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유린 면죄부 가능성” “모든 생활방에 도청장치가 있어요.” “손을 묶고 누인 다음 눈알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안수기도를 해서 눈이 거의 먼 사람이 있어요.” “밤늦게까지 막일을 시키고, 일요일도 일을 해요. 일당은 담배 10개비…. 집에 가고 싶어요.”(경기 양평군 ㅅ기도원 원생들)(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인권운동사랑방 2004년 실태 보고서) “식사는 날마다 시래깃국 아니면 라면이에요.” “앞방의 남자들이 덮칠까 무서워 방 안에만 있어요.”(경기 안양시 ㅂ선교원 원생들)(안양 미인가 복지시설 원생들에 무슨일이…) 성폭행 논란빚은 ㅂ선교원 지자체 조사땐 “이상무”
“인맥으로 얽힌 지역사회…눈감아주는 경우 많다” 최근 물의를 빚은 ㅂ선교원 같은 미인가 복지시설에 수용된 장애인과 여성, 노인 등 취약 계층들이 여전히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이들 시설 가운데 상당수를 합법 시설로 전환해 양성화할 계획이지만, 인권단체들은 철저한 검증과정 없이 이들 시설을 양성화할 경우 오히려 인권 침해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1월 현재 전국 1150곳의 미신고 복지시설에서 2만648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 가운데 891곳(77%)은 ‘조건부 미신고 시설’이다. 이들 시설은 7월까지 합법 시설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미신고 운영에 따른 행정조처를 유예받은 상태다. 문제가 된 ㅂ선교원도 조건부 시설이며, ㅅ기도원 역시 적발 당시 조건부 시설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시설 중에서도 3~8명 수준의 소규모 시설들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가족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어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십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시설들에서는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조건부 시설의 시설 및 종사자 요건을 완화하고 올해 900억원을 시설 투자에 집중해 이들의 양성화에 힘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쪽은 “일단 제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면 처우와 인권 문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 평가 후 지원’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검증 과정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양성화된 시설들이 인권 유린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김정하 간사는 “폭행이 보고됐던 조건부 시설에 6개월 뒤에 가 보니 ‘전에는 주먹으로 때리다 이제는 밥을 안 주는’ 식으로 학대가 교묘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이들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인맥으로 얽힌 지역사회에서는 인권 유린을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다”며 “민관 공동으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들 시설에 대해 조사를 벌이긴 했지만, 민관 공동으로 조사를 벌여야 인권 실태가 제대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지자체에 인권 유린 소지가 있는 미신고 시설을 조사해 명단을 제출하도록 했으나, 당시 통보된 전국 18개 시설 가운데 ㅂ선교원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또 선진국처럼 문제가 있는 대규모 시설은 차츰 없애고, 대신 소규모 시설의 장점을 살린 ‘그룹홈’(사회생활 적응이 어려운 청소년·노인·장애인들을 소수 그룹으로 묶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나 장애인들의 독립을 지원하는 ‘자립생활센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부터 ‘탈시설 정책’을 펴온 영국은 2003년 정신지체 장애인 시설을 모두 없애기로 결정하고, 그룹홈을 제공하고 있다.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장애인 등을 산골에 가둘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데리고 나와야 인권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족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사회복지 서비스 체계 역시 지역과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래군 활동가는 “돈이 없는 사람들은 비용 등의 이유로 불법 시설을 찾기 마련”이라며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조건부 시설을 양성화한 뒤에도 불법 시설들이 다시 들어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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