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7 20:35
수정 : 2005.03.17 20:35
소외된 이웃에 바친 겸손한 열정
‘1968년 아프리카 케냐로 떠남. 키난고 병원 원장으로 의료 선교. 1977년 케냐 정부의 감사장 수상. 1989년 미국 전지역을 순회하며 아프리카 선교 교육 및 모금 운동. 1992년 귀국 후 요셉병원에서 행려자와 에이즈 환자를 위한 봉사활동.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새로운 중국 선교 개척지에서 자원 근무. 2005년 현재 요셉의원에서 행려자, 알코올 중독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봉사.’
보령제약(회장 김승호)과 〈의협신문〉이 공동으로 제정한 ‘제21회 보령의료봉사상’을 수상한 유루시아(75·본명 유우금) 수녀의 약력이다.
유루시아 수녀는 지난 68년부터 20년간 케냐의 오지를 돌며 죽어가는 병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았고, 96년부터는 중국에서 7년간 의료봉사를 하는 등 평생을 해외 의료봉사활동에 바쳤다. 지금도 서울 영등포의 행려병자ㆍ극빈자 치료시설인 요셉의원에서 의료활동을 하는 그는 “하나님이 허락하는 기간 동안은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1955년 수도여자의과대(현 고려대 의대 전신)를 졸업한 그를 헌신의 길로 이끈 이는 헬렌 맥킨지 박사였다. 선교사의 딸로 부산에 일신기독병원을 세우고 전쟁 직후 고통에 빠진 한국 여성들을 극진히 돌봐준 맥킨지 박사를 보며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았다고 한다. 산부인과 수련을 위해 건너간 미국에서 케냐 정부와 독일 주교회에서 짓는 병원에 의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선 길이 20년간 계속됐고, 그에게는 ‘케냐의 어머니’란 찬사가 바쳐졌다.
“케냐 환자들 대부분이 영양실조, 폐병, 설사병, 나병 등 이른바 후진국 병이었어. 한국전쟁을 지낸 사람들은 내 말을 알거야. 소아의 사망률이 50%거든. 100명을 낳으면 5년 후엔 50명만 살아있는 거지.”
매일 하루 300명의 환자들을 돌봐야 했고, 일주일에 이틀은 하루 종일 수술방에 있어야 했다. 병원으로 올 수 없는 이들을 돌보려 직접 사막과 오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2003년 중국에서의 돌아온 그는 87년 문을 연 요셉의원에서 노숙자, 알코올 의존증 환자, 외국인 근로자들을 돌보고 있다.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지금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헬렌 맥킨지 박사를 만나는 것이야. 아흔 살이 넘었을텐데, 살아계실 때 내 인생을 바꾼 그 분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유 수녀의 삶은 지난해 6월 〈케냐의 어머니 유루시아 수녀〉라는 자서전으로 출간됐으며, 이 책은 미국에 본부를 둔 메리놀 수녀원에서 수녀 지원자들의 교육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시상식은 21일 저녁 6시30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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