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30 19:36
수정 : 2007.04.30 19:36
청와대 ‘외압·은폐 자체규명 바람직’ 분위기
전·현 수뇌부 거론…검찰로 공 넘어갈 가능성
경찰은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와 관련해 은폐·외압 의혹이 제기되자, 이 사건 수사가 끝나는 대로 자체 감찰을 해 의혹을 털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혹이 경찰 수뇌부로까지 향하고 있어, ‘마지막 청소’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이 사건 수사에서 ‘외압 여부’를 비롯한 수사진행 상의 의혹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청 감찰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명백히 밝힐 것”이라며 “수사를 초기부터 제대로 신속히 진행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이택순 경찰청장도 29일 “국민의 관심이 크고, 언론에서 문제제기 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경찰 수사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를 통해 투명하고도 신뢰받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경찰 스스로 은폐·외압 의혹을 규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단 경찰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태도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경찰의 초기 대응이 미진했는지, 비호를 했는지는 나중에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달 중순께 입수한 이 사건 관련 첩보가 청와대에도 보고됐는지에 대해 청와대 쪽은 “청와대는 첩보 단계에서는 보고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회장 보복폭행 사건이 경찰 손을 떠나 검찰로 송치되면, 검찰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도 직접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 전직 경찰청장이 ‘외압’으로 비칠 수 있는 전화를 하는 등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경찰이 제 살을 도려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많기 때문이다.
최태형 대한변협 대변인은 “경찰청장까지 김 회장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끝나면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했다”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수사 지휘권이 있는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김영철 변호사는 “일단 지금은 순리대로 경찰이 수사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경찰 수사에서 미흡한 부분은 검찰 송치 이후 검찰이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전정윤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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